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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LO 탈퇴, 은행 때리기...말로는 뭐든 해내는 대통령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드라이브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당장 눈앞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고 말한 데 이어, 1일엔 마포구에서 '민생 타운홀'을 열고 시민들을 만났다. 대통령이 황당한 이념 타령을 접고 민생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말이 '아무말 대잔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끝없이 올라가는 인건비에 자영업자들이 생사기로에 있음을 절규하며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ILO(국제노동기구) 조항에서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상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차별적 임금을 적용하자는 건 '문명국'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다. ILO 탈퇴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말이 파문을 일으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국무위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이며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워담았다.

민생 타운홀에서 은행을 비난한 대목도 비슷하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며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지난 2월에도 한바탕 시끄러웠던 이야기다. 당시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이런 말은 쏙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한 말도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적어 보인다. 현 정부가 하는 일이 그 동안 '말 뿐'이었기 때문이다. 만 5세 취학이나 주 69시간 근무제, 국민연금개혁 같은 굵직한 정책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정책 방향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 정책의 준비가 없어서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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