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의 엉뚱한 탄핵 운운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서민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 하려는데 ‘정권 퇴진운동’과 ‘탄핵’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민생파탄으로 인한 절규와 정권심판 민심을 기득권층의 밥그릇 지키기로 호도하는 정략적 인식과 얕은 언술에 기가 막히다.

윤 대통령은 1일 소상공인 등 국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서민들이 절규하는 분야에 재배치시켜야 하는데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고 했다. 일단 대통령의 언어가 너무 가볍고, 표현하는 바가 분명치가 못하다.

정권퇴진이나 탄핵 주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파탄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한 지도 꽤 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난데없이 이를 내년 예산에 대한 반발이라고 갖다붙였다. 정부의 내년 예산은 그 자체로 문제투성이다. 경기하강이 예견됨에도 대규모 감세를 통해 세수를 줄여놓고 건전재정이라는 모순된 원칙까지 내세웠다. 결국 최악의 세수 펑크를 자초했다. 부랴부랴 지자체 교부금, 연구개발 예산, 청소년과 여성 예산 등을 비합리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놓고 이를 ‘서민을 위한 예산 재배치’라고 포장한다. 장병 월급 인상 대선공약을 지킨다며 생일 케이크 예산을 없애는 것이 서민을 위한 예산 재배치인가. 그야말로 국민을 원숭이로 여기는 조삼모사 아닌가. 이를 지적하니 ‘예산 받아먹던 이들의 반발’로 치부하고 있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예산안 검토와 토론이 불가능하다.

재정을 늘리면 물가가 올라 서민이 죽어난다는 주장도 허황하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물가 억제를 금과옥조처럼 우려먹는데 40년 세월이 흘러 세계경제나 국가경제가 모두 달라졌다. 지금 고물가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고금리 등과 맞물린 세계적 추세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올라 가계소득이 크게 줄었으니 이를 보완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또 그럴 만한 능력과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가격 지지를 위해서는 사활을 걸면서도 서민들의 소득감소는 못 본척하며, ‘눈에 흙이 들어가도 국채와 추경은 없다’는 비상식적 고집을 세우고 있다.

‘상저하고’를 비롯한 반복된 예측 실패와 세수 펑크는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제팀 전체를 물갈이해도 시원찮은 사태인데 천연덕스럽게 넘어간다. 서민들의 못 살겠다는 아우성에 대통령과 정부가 전정부 탓, 기득권세력 탓, 정치 탓하는 한 경제정책 기조가 바로잡히길 기대하긴 어렵다. 내년 예산은 국정 실패의 축약판으로 원점재검토 없이는 결코 통과될 수 없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