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편입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포시가 서울이 됐을 때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 강서구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제2의 뉴타운을 꿈꾸며 총선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예상과 달리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김포가 서울로 지명이 바뀐다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리적 위치가 그대로인 상황인데, 서울에 편입된다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오르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가진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포 외에 서울과 경계하는 주변 도시 중 출퇴근과 통학을 서울과 직접 공유하는 곳들을 모두 서울시로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 계획도 언급했다.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편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2일 오전에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를 다룰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을 발족했다. 특위 위원장에는 조경태(부산 사하구을)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뉴타운’ 공약과 겹쳐 보이는 ‘김포시 서울 편입’ 정책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수도권 ‘뉴타운’ 개발 공약과 겹쳐 보인다.
뉴타운은 2002년부터 서울에서 추진한 재개발 방식이다.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 달리 광역 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정비 사업이다. 한때 뉴타운 광풍이 일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2008년 치러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울 판세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로 ‘뉴타운 공약’을 앞세웠다.
광역 단위 재개발로 수많은 서울 시민에게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준 것이다. 당시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은 서울 지역에 편입되면 김포시 집값도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당시 뉴타운을 앞세워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했다. 서울에서는 도봉, 노원, 성북, 관악 등 민주당 강세 지역까지 차지하며 48개 선거구에서 40석을 차지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111개 지역구 중 81곳에서 승리했다. 이 선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보수당이 수도권에서 이긴 유일한 선거였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이후 사업 지구가 남발되면서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주택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집값 하락에 따라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 액수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2009년부터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지은 보금자리주택이 나오면서, 개발 이익에 기댄 뉴타운은 사업성에 위기를 맞았다. 아울러 뉴타운 사업은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만 짓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이 갑자기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나선 건 정치적인 이유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며 “김포시에 살고 있는 집주인들에게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거기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의도다. 과거 ‘뉴타운’ 때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이런 계획(김포시 서울 편입)이 나올 땐 당연히 관련 연구결과나 분석결과 등 신빙성 있는 자료들이 함께 제시돼야 하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포시 서울 편입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 전문가 “지역명만 바꾼다고 집값 오르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포시가 서울시가 된다는 기대감과 실제로 집값이 오르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서울에 편입된다는 점에서 김포시의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건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의 집값이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제 집값이 오르는 건 별개 문제다. 서울 집값이 비싼 건 ‘서울’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다. 인프라나, 교육환경, 직주근접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된다고 해서, 강남 옆으로 옮겨 오는 게 아니다. 현재의 위치에서 지역명만 바뀔 뿐이다”라며 “단순히 지역명만 바뀐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주고 김포시에 있는 집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건 부동산 투자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을 다시 확대하는 건 결국 정부가 나서 지방 소멸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최은영 소장은 “그나마 1963년 이후 서울의 대규모 확장을 억제했기 때문에 그 낙수효과로 경기도 등 수도권 인구가 이만큼 분산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서울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우리 사회의 공간적 양극화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