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월호 참사 해경 지휘부에 면죄부 준 대법원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박근혜 정부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해 2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로써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흐르는 동안 세월호 구조 실패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 해경은 현장지휘관이었던 김경일 당시 123정장이 유일하게 남게 됐다.

앞서 1심이 김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만 유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세월호 구조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자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를 했는데, 원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상과실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양측이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역시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법원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 대한 현장 상황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선 명령 없이 탈출했기 때문에, 해경 지휘부로서는 대형 인명피해를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무리한 증축과 불법 과적 상태였던 세월호는 급속도로 침몰했는데,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려했다. 모두 해경 지휘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정작 해경 지휘부가 사고 당시 선내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하기 위한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해경 지휘부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었다.

허무한 판결의 배경에는 부실한 수사가 있었다. 참사 직후 꾸려졌던 수사팀은 해경 지휘부를 조사해놓고도 김경일 당시 123정장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며 수사를 종료했다. 현장 실무 책임자에게만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사였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기소된 건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 출범한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재수사를 거친 후인 2020년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6년이나 흐른 뒤에 겨우 재판에 넘겨진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났다고 해서 해경 지휘부에 대한 책임이 사라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과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당시 정부여당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제대로 된 대책 마련으로 ‘참사가 일어나도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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