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메가시티 서울’같은 소리 하고 자빠진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시로 포함시킨다면서 내세운 논리가 ‘메가시티 서울’이란다. 아무리 총선전략이고, 표를 엿 바꿔먹는 것이 선거라 하지만 진짜 미친 거 아니냐?

메가시티가 뭔지 모르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A megacity is a very large city, typically with a population of more than 10 million people)다.

그런데 지금 서울 거주인구는 980만 명이고 생활인구는 1,030만 명이다. 이미 서울은 메가시티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메가시티 서울을 어떻게 더 메가시티로 만든다는 이야기인가? 김포시를 서울시에 포함하면 메가메가시티 서울, 광명이나 하남까지 붙이면 초슈퍼울트라메가시티 서울, 고양, 의정부, 구리, 성남, 과천, 안양까지 붙이면 니미젠장작명불가울트라메가시티 서울···, 뭐 이렇게 되는 거냐?

선진국들과 정반대로 가는 메가시티 서울 전략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해야 하냐고 물으니 “메가시티가 세계적인 추세”란다. 웃기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를 키우는 나라들은 수도권의 몸집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이에 대항하기 위해 지방에서 형성된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나 일본 간사이 지역의 메가시티가 그런 곳들이다.

그 추세를 따르려면 메가시티 서울이 아니라 메가시티 지방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안 그래도 집중과 과밀화로 몸살을 앓는 서울을 니미젠장작명불가울트라메가시티 서울로 만들려고 한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진짜 세계적 추세가 뭔지 알려주겠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지방분권화를 작동하기(Making Decentralisation Work)’라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 대다수 OECD 선진국가들은 최근 더 강력히 지방분권을 추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6년까지 OECD 국가의 3분의 2에서 지방정부의 GDP 및 공공지출 비중이 높아졌다.

둘째, 그 결과 국가 경제가 발전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지방분권은 공공분야의 효율성과 생산성 뿐 아니라 민간분야의 생산성 향상에도 이바지했다.

셋째, 지방분권은 주민참여를 강화하고 정책혁신을 실현했다. 넷째, 공공서비스의 비용이 낮아지고 품질이 향상됐다. 다섯째, 지역의 경제 성장과 지역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 간 격차를 완화했다. 여섯째, 정치권력의 분산으로 사회가 안정화됐다.

어떤가? 이게 바로 세계적 추세라는 거다. 안 그래도 메가시티인 서울을 니미젠장작명불가울트라메가시티로 만들어 나라를 서울 공화국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말이다.

인구밀도와 출생률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요즘 우리나라의 가장 큰 화두는 저출생이다. 이는 당연히도 젊은 세대가 아이를 너무 낳지 않아 생긴 문제다.

그런데 왜 젊은 세대들이 자녀 갖기를 거부할까? 이건 유전자적 본능에 관한 문제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는 자신이 살아남으려는 생존 욕구와 자기 종족을 어떻게든 보존하고 확산하려는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밝힌 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열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8.23. ⓒ뉴스1

그런데 이 생존 욕구와 종족보존 욕구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쉽게 말해 아이를 낳는 것이 나의 생존에 방해가 되는 상황 말이다. 이러면 당연히 생명체는 종족보존과 확산에 대한 욕구를 접고 나의 생존에 더 집중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서울과 수도권에 국력의 대부분을 때려박아 엄청난 인구가 들끓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출생률을 낮추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사람들이 서울에 사는 것을 꿈으로 여기고 서울로 몰려온다. 당연히 경쟁은 극대화될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질수록 종족을 보존하고 확산하려는 욕구는 더 통제된다.

웃긴 이야기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통계청의 올해 8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출생률이 낮은 지역은 서울(합계출산율 0.59명)이다. 이 수치가 0.6명에도 미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 바로 서울이기도 하다.

이유가 뭐겠나? 이 엄청난 인구밀도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인구밀도와 출생률에 관한 그 어떤 연구를 찾아봐도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출생률이 떨어진다.

심지어 이건 현 정권의 연구 결과물이기도 하다. 올해 4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실린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지역 불균형의 관계에 대한 실태 분석’ 보고서(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의 용역 연구)에 따르면 출생률은 인구밀도와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이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껴 자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부 등에 집중하느라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그 결과 자연스레 수도권의 출생률이 낮아졌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정권의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어디 다른 나라 기획재정부냐?

기껏 돈 들여 연구를 해 놓고, 그것도 버젓이 결과물까지 발표했으면 저 연구의 조언을 따르려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서울을 니미젠장작명불가울트라메가시티로 만들겠다고?

아무리 표가 좋아도 이런 X대가리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으로 국가의 중대 사안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뉴스를 보자하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주장으로 총선 이슈를 선점했다며 좋다고 헤헤 거린단다. 명색이 기명 칼럼이라 쌍욕도 못 하겠고, 진짜 어디 한적한 곳 가서 욕만 한 시간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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