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의 당권 장악에 기여할 ‘영남 물갈이론’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이른바 '윤핵관' 등 당 주류 세력을 향해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 특권 전면 포기, 회의 출석이 저조한 의원의 세비 감축, 평가 하위 20%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 등 4가지를 담은 2호 혁신안도 내놨다. 앞서 나온 1호 혁신안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사면령이었는데 당사자가 반발을 계속해 말잔치에 그쳤다. 2호 혁신안도 여기저기서 나온 이야기들을 별다른 평가 없이 묶어낸 것이라 커다란 반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 주류 세력을 겨냥한 연이은 발언들도 고개만 갸우뚱하게 할 뿐 별반 감동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가 보궐선거 참패 수습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참패의 원인부터 제대로 진단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여론이 60%대에서 고착되고 있는 현상을 볼 때, 정부의 국정기조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크고 광범위하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보수성향 유권자들도 국민의힘을 '윤석열당'으로 만드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진절머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수 줄이고, 일 안 하는 의원 세비를 감축하는 것 같은 뻔한 이야기들과 영남 중진 의원들에게 지역구를 내놓으라는 것이 혁신안이라고 하면 지지자들도 수긍하기 어렵다.

게다가 '영남 물갈이'는 국민의힘이 한나라당 시절부터 총선 때마다 해 온 일이다. 현재 국민의힘 영남의원 56명 가운데 초선의원이 절반인 28명이나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남권에서 국민의힘 위세가 강하다 보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고, 그래서 기득권 이미지를 혁파하기 위한 정치 소재로 자주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물갈이는 당내 권력투쟁의 성격이 강했고 현직 대통령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25명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영남 물갈이’를 확정했는데, 그 빈자리는 대부분 MB계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런 일들은 공수를 바꿔가며 수십년간 반복되었다.

험지 출마를 이미 공언한 하태경 의원을 포함하여 현재 국민의힘 소속 영남지역 3선 이상 의원은 16명이다. 과거 경험을 살펴보면 당선 안정권이라 할 이 16곳에 '용산 사람들'을 먼저 심어놓겠다는 구상이 거창한 혁신으로 포장지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당권 장악 음모일 뿐, 혁신이 아니다. 인 혁신위원장이 정작 선거 참패의 핵심 원인인 윤 대통령에 대해서 한마디도 못 하는 것도 다른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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