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됐다. 하마스 말살을 선언한 이스라엘군은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앙부를 관통해 지중해 연안까지 진출하면서 이 지역을 사실상 분단시켰다. 이스라엘은 가자시티가 있는 북부를 포위하고 본격적인 시가전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이미 1만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자에서 시가전이 벌어진다면 글자 그대로의 '학살'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말살'을 내세우지만 이는 가자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실제에서도 이스라엘군은 학교와 병원, 심지어는 구급차에 대한 조준 폭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피란하라고 강요하면서 이들이 이동하는 경로에도 폭격을 가했다. 가자시티에는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남쪽으로 떠난 이들의 처지도 다를 것이 없다.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통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 영토로 몰아내고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려 한다는 계획도 폭로됐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여러 나라 정부에 가자지구 피란민들을 국경 너머 이집트 시나이 사막 난민촌에 일시적으로 대피시키는 아이디어를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70년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내고 건국했다. 가자지구 자체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임시로 정착한 난민촌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곳에서조차 이들을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전쟁범죄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해 온 서방 세계조차 경악하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전쟁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아미차이 엘리야후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자지구에는 지금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그렇기에) 핵 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이든 전투원이든 모두가 '적'이며, 핵무기를 동원해 이들을 다 죽여야 한다는 극단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미친듯이 폭주하는 이스라엘 정권과 군을 멈춰 세울 책임과 힘을 가진 건 미국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블링컨 국무장관을 세번째로 파견해 이스라엘을 '설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이 '실패'한 이유는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엄호하기 위해 두 척의 항공모함을 포함한 상당한 무력을 전개해 놓고, 말로만 자제를 요청하는 건 위선적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이중 플레이를 계속한다면 이-팔 전쟁은 중동의 지역 전쟁으로 비화해 결국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 당장, 가자에서의 학살을 중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