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의 언론사 수사, 대통령 친위대 자처하는 꼴

최근 기자들 사이에서는 “압수수색 당할까봐 윤석열 대통령이나 친인척 기사를 쓰는 게 눈치 보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검찰이 약 두 달째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비위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현직 기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데 따른 보도 위축 효과다. 검찰은 지금까지 언론사 5곳, 전·현직 기자 7명을 압수수색했다. 심지어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선제적으로 할 수 없음에도 ‘비공개 대검찰청 예규’를 만들어 해당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건 2011년 윤 대통령이 주임검사로 있던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축소 수사했다는 취지의 인터뷰 보도다. 구체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박영수 전 특검의 알선으로 대출 브로커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고, 지난 9월 특별수사팀까지 출범시켜 해당 보도를 인용하거나 유사 보도를 한 언론까지 수사선상에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보도 내용이 무엇이 문제인지, 허위로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뚜렷한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검찰의 엄포 이후 해당 내용과 관련된 보도 건수는 급격히 줄었다. 분명한 보도 위축 효과다. 수사기관이 이런 식으로 보도를 문제 삼고 수사하면, 당연히 언론 보도가 통제되고 국민의 알권리는 침해된다.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정당한 권력 감시·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치명적인 폐해를 낳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도 통제가 종종 문제 됐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이 정도 수준으로 노골적인 언론사 수사는 없었다.

검찰의 퇴행과 권력 밀착 강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검찰 직접수사권 확대, 고위공직자수사처의 단계적 폐지 등을 공약했다. 이는 수십년 간 공론화 끝에 문재인 정부 때 일부나마 실현된 검찰권 축소와 같은 검찰개혁을 되돌리는 내용이다. 이 중 일부는 시행령 개정 등으로 현실화했고, 권력기관 주요 보직은 검찰 출신 대통령 측근들이 장악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출범한 공수처에 대해 “게슈타포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게슈타포는 나치 독일에 있던 히틀러 정권의 비밀경찰이자 친위대였다. 그런데 지금 검찰이 게슈타포나 군사독재 시절 경찰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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