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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속출하는데 예방도, 구제도 여전히 허술

서울, 인천, 경기도에 이어 전국적인 대규모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세종시에서는 170명의 임차인들이 보증금 190억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고, 대전 대덕구에서도 연구개발 특구 지역의 청년 연구원들을 노려 150억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는 8898명으로 피해 금액은 1조5085억원에 달하며, 피해자의 연령대는 20대와 30대가 절반(61.9%)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초년생들이 전세사기 피해에 대거 노출된 셈이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과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긴 피해자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안전한 보금자리를 구하는 일도 청년들에게는 요원한 꿈이 돼버렸고, 절망감에 세상을 등진 피해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처럼 전세사기는 단순히 금전적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피해자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회적 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구제 및 예방책은 피해자들을 구제하지도, 사기 피해를 예방하지도 못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부터가 첫 번째 장벽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고의성, 즉 보증금 반환 채무를 일부러 이행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그 조건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상당수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저리대출 역시 겨우 열에 세 명만이 승인되었고, 서울의 경우는 23%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전세사기범으로부터 몰수·추징했다는 1163억여원도 선순위 채권을 가진 은행 몫일 뿐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 1일 정부는 전세사기를 발본색원하고 충실한 피해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생색내기 말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가장 원하는 선구제 방안 등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예방책 역시 단속과 검거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전세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을 통해 불안정한 전세제도를 손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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