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 노동자 김정남이 2016년 제출한 산재 신청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은 4년 지난 2020년 ‘전자파와 갑상선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타직종과 비교해 볼 때 전기공 직업군에서 갑상선 암이 특이하게 높게 나타나지 않아 직업성 연관성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승인했고, 재심을 신청했으나 이것도 기각됐다.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해 2022년 7월 20일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났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항소해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전자파와 갑상선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타 직종과 비교해 볼 때 직업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 불승인 처분을 하였으나 배전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할 수 없다.
전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돼 송전선로(송전탑)를 거쳐 배전선로(전봇대)를 지나 가정이나 회사에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전압을 높이게 되고 우리가 흔히 보는 전봇대 위 전기선로(배전선로)에는 2만2900V 특고압 전기가 흐르게 된다. 특고압 전기가 흐르면 그에 맞는 자기장이 생기는데, 배전 노동자는 일반 회사원의 26배에 달하는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그것도 직접활선이라는 공사기법에 따라 절연장갑을 끼고 근접거리에서 직접 손으로 작업을 한다. 2017년 직접활선 공법이 폐지되고 간접활선 공법으로 대체돼 그나마 다행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7년 배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배전 노동자의 극저주파 자기장 평균 수치는 1.3μT(마이크로테슬라)로 측정됐다. 일반 회사원(0.05μT)의 26배에 달하고, 반도체 노동자(0.73μT)와 변전소 노동자(0.43μT)의 평균값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배전 노동자의 자기장 최고치는 1천671μT로, 반도체(123μT)나 LCD공장(43.5μT)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실로 엄청난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음이 정부기관을 통하여 확인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배전 현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배전 전기원의 평균 노출수준은 유럽환경의학학술원이 2016년 발표한 노출 권고 하한(평균 0.1μT)의 13배에 달한다’며 ‘100~300μT 범위에 빈번하게 노출되고,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와 ACGIH(미국산업위생가협회)가 공개한 최곳값 1천μT를 초과하는 노출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라면서 ‘고밀도의 전자기장에 노출되는 직업군의 건강 영향에 대한 과학적 결과를 도출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을 두고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산재 인정한 1심 재판부, 근호복지공단 항소로 2심 판결 앞둬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그 원인관계가 입증되었다고 보고 있다.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면 자연히 증명되는 것인데 법리논쟁이 성립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자연과학 수준에서 그 인과관계 증명이 곤란한 경우이다. 의학적 자연과학으로 그 증명이 곤란하여도 질병의 발병 원인에 있어 상당성이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함이 사회적으로 보다 타당할 뿐만 아니라 공정성도 확보하는 것이다. 특고압 전자파에 노출되면 직업성 질병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음이 상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사실 더 공정함에 가까운 것이 된다. ‘인과관계’는 자연과학 수준이 반영되어야 하고, ‘상당성’은 사회적 법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인과관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상당한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는 배전 현장의 특수성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배전 노동자가 이 이상 더 입증할 수 있을까. 2만2900V 특고압이 흐르는 배전선로에서 일하는 배전 노동자에게 그 입증책임을 돌리지 말아야 하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의 명확성이 아닌 상당성을 기준으로 직업성 질병을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