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미 대선을 치르면 트럼프가 당선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024년 11월 5일에 치러질 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리매치가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제도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술렁이기 시작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의 주류 영문 언론이 ‘캐스팅보트’가 될 6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당연시하다가 망신을 당하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바이든 독려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 미국의 여론이 어떤지, 주류 언론이 얼마나 불안해 하고 있는지를 '트럼프, 무서울 정도로 당선 가능성 있다'라는 제목에서부터 보여주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Donald Trump looks terrifyingly electable


도널드 트럼프는 참으로 강력한 갑옷을 입고 있다. 대통령 탄핵 재판과 91건의 중범죄 혐의에 대한 4건의 형사 재판을 치르고 있고, 202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당내 도전자의 공격을 당해도 그 갑옷은 흠집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철옹성 같다. 1월 아이오와에서 실시될 첫 예비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트럼프의 도전자들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인기 있는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라이벌들은 그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 팔순 노인인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겠다는 생각조차 거부했던 민주당은 이 분석에 동의하는 듯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트럼프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 트럼프는 1년 후인 2024년 11월 첫째 화요일에 정정당당하게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내일 당장 선거가 치러진다면, 트럼프의 승리가 가장 유력할 정도다.

바이든 지지자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주말에 시에나칼리지와 함께 대선을 거의 확실하게 결정지을 6개 경합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뻔뻔한 시도로 인해 트럼프가 당선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믿어온 안일한 민주당에게 이 결과는 찬물을 끼얹는 충격을 안겨줬다. 6개의 경합주 중에서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의 5개 주에서 트럼프가 등록 유권자 사이에서 최소 4%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만 2%포인트 앞서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이 중요한 주에서 히스패닉의 42%와 흑인의 22%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이 수십 년 동안 의존해 온 소수인종 지지층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또한 유권자들은 경제, 이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각각 59%대 37%, 53%대 41%, 50%대 39%로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대다수를 포함한 유권자 10명 중 7명은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이끌며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민주당 지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바이든에게 사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할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는 불길하다.

민주당이 패닉에 빠져야 하는 상황인가? 민주당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변덕스러운 표본 추출 오류 때문에 최근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할 것이다.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어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구성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과 같은 소수인종과 취약계층을 제대로 반영할 정도의 응답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결과가 이상값인 아웃라이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더 나은 변명은 이번 여론조사가 한순간의 스냅샷이며 여론은 유동적이라는 주장이다. 정치학자 크리스토퍼 블레지엔과 윌 제닝스가 여러 국가의 수십 년간의 선거를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처럼, 대선 1년 전에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데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히 최근 들어 미국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며 선거 직전 몇 달 동안 여론조사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밴더빌트대학의 존 사이드스 정치학 교수가 지적하듯 바이든은 지난 대선에서 3%포인트 이긴 미시간에서 지금 5%포인트 뒤지고 있는데, 그동안 8%포인트의 지지율 변동이 일어날 만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 어느 정도의 주의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바이든이 대선을 1년 앞두고 기대했던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번 여론조사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 결과 가장 유력한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이 그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고, 이미 견해가 확고해서 앞으로 1년 동안 여론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다.

11월 2일 보고서에서 바이든의 선거운동 매니저인 줄리 로드리게스는 선거운동본부가 이미 9,1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바이든-해리슨 팀은 극단적인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이길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 자금에서 상당한 우위를 누리면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초기 여론조사에 근거한 예측임을 강조하며 대통령 지지율, 경제상황과 같은 지표를 봐야 한다는 사람들도 걱정할 것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데이터 전문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현직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순지지율은 –16%포인트로 트럼프의 임기 초반과 거의 동일하며 버락 오바마에 비해 5포인트 낮다.

또 이코노미스트가 유거브를 통해 실시한 추적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드노믹스를 긍정적인 용어로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55%는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매니저인 크리스 라시비타와 수지 와일즈는 11월 5일에 공개된 지지자에게 보내는 글에서 ‘바이드노믹스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는 휘발유, 식료품, 주택 비용에 대해 바이든을 공격할 계획이다.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은 2021년 1월 바이든 취임 이후 약 1.4% 감소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2020년 1월 팬데믹 이전 수준과 임금 비교하기를 선호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나이다. 곧 81세가 되는 바이든은 노쇠한 체격에 가끔 말을 더듬는다. 이런 점은 앞으로 더 눈에 띄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 유권자는 일반적으로 바이든 아래 여론이 더 나쁜 카밀라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있다는 사실도 불안해하고 있어, 해리스의 젊은 나이가 바이든의 나이를 보완해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바이든은 물러날 생각이 없고, 민주당도 그를 버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의 건강이나 경제 상황과 같은 일부 문제는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바이든의 선거운동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통제할 수 있다. 대통령은 공화당으로 흘러들어간 사람들, 백인이든 백인이 아니든 노동계급 유권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바이든은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짜증을 내는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열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젊은 유권자가 노인 대통령에 대한 열정을 찾으려면 약간의 격려가 필요하다. 바이든을 지지할 사람들의 투표율을 높일 최고의 무기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무시해 온 그의 상대가 될 것이다. 법정에서 판사들을 질책하는 모습 등으로 마주하게 된 트럼프의 재등장이 미국 국민의 향수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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