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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마주보고 질주하는 이준석과 윤석열의 치킨게임, 승자는?

이 칼럼을 종종 보시는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정치에 관해 매우 무지한 편(그렇다고 다른 쪽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이다. 변화무쌍하면서도 미묘한 정치를 따라가기에 내 두뇌 구조가 별로 적합한 편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오늘 이 칼럼에서는 정치에 관한 분석과 예측을 하나 해보려 한다. 주제는 ‘이준석 신당’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과연 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 것인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감히 분석 및 예측을 시도하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 상황과 꽤 잘 들어맞는 경제학 게임 이론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3대 딜레마 상황 중 하나로 꼽히는 치킨 게임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치킨 게임에서 최고의 전략은?

치킨 게임은 1960년대 미국 젊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A와 B 두 청년이 외길에서 만났다. 두 철부지는 여성들 앞에서 용기를 과시하기 위해 외길에서 피차 차를 몰고 마주 달린다. 죽음이 두려워 핸들을 먼저 꺾는 쪽이 겁쟁이(치킨)가 된다.

치킨의 치욕을 당하기 싫어 양쪽 다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둘 다 정면으로 충돌해 목숨을 잃는다. 이때 게임에 참가한 A가 마주할 경우의 수는 다음의 네 가지다.

① A에게 최선 : A는 핸들을 꺾지 않고, B가 겁을 먹고 핸들을 꺾었다. 이러면 A는 친구들 앞에서 용맹을 과시할 수 있고, 생명도 건진다.

② A에게 차선 : A와 B가 동시에 겁을 먹어 동시에 핸들을 꺾었다. 이러면 둘 다 겁쟁이가 되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다.

③ A에게 차악 : B는 핸들을 꺾지 않았는데, A가 겁을 먹고 핸들을 꺾었다. 이러면 A는 치킨이 돼 개망신을 당한다. 물론 좋은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목숨은 건질 수 있다.

④ A에게 최악의 경우 : A와 B 모두 핸들을 꺾지 않았을 때. 이러면 둘은 정면으로 충돌해 둘 다 모두 죽는다.

그래서 치킨 치킨게임을 해보면 ④번 최악의 경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누구든 이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에 핸들을 꺾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참고할 점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치킨게임을 할 때 ①번의 승리를 얻기 위한 가장 뛰어난 전략으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라는 것을 꼽는다. 최고의 승리를 얻기 위해 플레이어가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핸들을 꺾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기 위한 최고의 전략은 상대가 보는 앞에서 손을 뒤로 묶어버리는 거다. 죽어도 핸들을 안 꺾겠다는 광기를 보이는 것인데, 이게 효과가 있다. 미치광이임을 확인한 상대는 눈물을 머금고 핸들을 꺾어 ③번의 결과라도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망인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준석, 손을 뒤로 묶다

나는 이준석 전 대표가 지금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고, 실제 손을 뒤로 묶어버리는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외길에서 마주하는 이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다. 둘 다 오랜 갈등을 겪었고,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전 대표가 진짜 신당을 차리면 둘은 정면충돌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수많은 평론가들이 예상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I am 레임덕이어요” 상황에 빠진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신당이 실패로 돌아가면 이 전 대표도 치명상을 입는다. 다만, 이 지점에서 나는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신당이 실패하더라도 사망까지 이르는 내상은 안 입을 것 같다. 그게 바로 이준석 대표가 이번 치킨 게임에서 먼저 손을 뒤로 묶어버리고 과감하게 질주하는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대표의 말은 앞으로 점점 거칠어질 것이다. “네가 핸들을 틀던가, 용기 있으면 와서 한 번 박아보던가?” 이렇게 외칠 것이다. 그게 치킨 게임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이 전 대표는 12월 하순까지 말미를 줬다. 이 시간까지 윤 대통령이 핸들을 꺾으면 윤 대통령은 망신을 당하고, 둘은 정면충돌이라는 ④번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어떻게 될 것인가? 조심스러운 예상이지만, 나는 윤 대통령이 핸들을 꺾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정치에 대해 매우 무지하므로 내 예상이 맞을 것이라 나조차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재미로 봐주셨으면 한다.

왜 윤 대통령이 꺾을 것이라고 보느냐? 상대가 손을 묶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죽음을 각오했다고 이미 여러 차례 공언하고 정면을 향해 돌진하는데, 충돌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치킨 게임에서 미치광이 전략이 실로 강력한 이유다. 이준석 대표가 이 이론을 모를 리도 없다.

게다가 난 윤 대통령이 별로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용감은커녕 그간의 행적에 비춰보면 난 그가 쫄보에 가깝다고 본다. 정면충돌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는 두려워할 것이다.

개인적 소망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둘이 제대로 한 번 정면충돌을 했으면 한다. 그게 야권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수라는 이름에 묶여 수십 년 동안 반공반공 거리던 저쪽 정당 지지자들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정면충돌을 감행할 용기가 있을까? 내 짧은 머리로는 ‘글쎄올시다’이다. 아무튼 한국 정치사에서 꽤 의미 있는 치킨 게임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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