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횡재세 도입, 늦은 만큼 서둘러야

경기침체,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중소상공인과 서민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횡재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으로 막대한 이득을 올린 석유사업자와 은행에 대해 한시적으로 일정한 비율로 초과이득세를 징수하고 그 세수를 에너지 및 금융 취약 계층의 고통을 경감하는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매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1년 46조원, 22년 55조9천억원이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9조4천억원으로 거의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대출은 증가하고 금리는 올라가 예대마진이 비약적으로 커진 결과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사업 비중이 극히 적어 이자 이익의 대부분은 우리 국민에게 벌어들인 것이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이 43조이니 국내 은행들이 아무 노력 없이 얼마나 쉽게 많이 벌어들였는지 실감이 난다.

SK에너지 등 국내 대표 정유사 4곳의 영업이익은 2022년에만 13조원을 넘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의 7조원에 견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날 석유 회사의 기록적인 이익은 그들이 새롭거나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이익은 전쟁의 횡재(windfall of war)이다”라며 횡재세 도입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의 폭리가 경쟁적 자유시장에서 공정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정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언론, 경제단체들은 은행과 정유사들을 거들며 횡재세 도입이 반시장주의적이라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터무니없다. 이미 영국,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등은 석유 사업 부문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고, 유럽연합 이사회도 연대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횡재세를 공식화했다. 미국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들 나라 정부와 의회가 반시장주의적이라면 세계 자본주의는 진작 소멸되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 나와 "기업의 이익을 좇아가면서 그때그때 횡재니, 손실을 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횡재세 도입론 안에 일찌감치 수렴된 내용이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이유로 횡재세를 영구적 과세제도로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외부요인으로 초과이익이 날 때마다 일일이 법률로서 과세하는 것이 국세 행정시스템을 복잡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반박은 얼마든지 공론장에서 논의할 수 있고 이미 다양한 해법과 경험이 충분하다. 안될 일이라고 손사래부터 칠 일은 절대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이 늦었다. 지난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관련 법안들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회 기재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가 일을 안 하는 동안 은행과 정유사들은 성과급 잔치와 배당잔치를 벌였다. 같은 기간 민생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임기만료 폐기 직전에 이 대표가 건져올려 입법 가능성을 열었다. 늦은 만큼 서둘러 원내 논의를 마무리하고 입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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