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윤 대통령,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공포하라”

“노조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하는 것 자체가 헌법 무시 행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13. ⓒ뉴시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13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조속히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법2·3조 개정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이 국회 논의만 공전하는 사이에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극한의 투쟁을 해야 했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반대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서, 결국 야당 주도로 처리됐다.

민주노총 등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진짜 사장이 교섭의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이제야 겨우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의 한걸음을 떼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2003년 배달호 열사가 손해배상·가압류에 저항하여 분신하신 이후 2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손해배상·가압류의 문제도 ‘부진정연대책임’을 막는 것으로 겨우 한 발 나갔다”고 짚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성심과 결집력이 높은 집단의 표를 소거하기 위해 거대 귀족노조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라고 야당 주도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처리된 것을 비판하면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윤 대통령께서 위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앞서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오히려 전체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저해할 것이 자명한 개정안을 외면할 수 없다”며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등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브리핑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대로, 비정규직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업현장이 초토화되고 국가경쟁력이 추락’한다면, 이 나라 경제는 애초에 정상상태가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비정규직이 만연한 시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비정규직에게도 보장하고, 손해배상·가압류로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 내는 일을 막아서, 안정적인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의 브리핑은,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아 왔던 ‘재벌대기업의 무책임’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는 재벌 편향적 발언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은 법률안이 위헌적이거나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권한”이라며 “그런데 헌재의 결정에 따라 노조법 2·3조 개정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어 “개정 법률안은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은 자본주의 사회의 유지를 위한 핵심요소이며, 그에 따라 헌법에서도 노동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며 “그런데 하위법인 노조법이 그 권리를 축소시켜 왔기 때문에 헌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조법 개정이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그러나 아직도 많이 부족한 이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 3일 유엔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노조법과 여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국제노동기구를 탈퇴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이야기를 전한 바도 있지만, 설마 유엔마저 탈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거부권은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그것은 성실하게 일해 왔던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함께 요구해 왔던 시민들의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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