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선 앞두고 ‘주식양도세’ 완화 만지작거리는 여권

인기영합성 정책을 연이어 발표해 온 여권이 이번엔 주식양도세 완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특정 회사의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대주주 여부가 확정되는 연말이면 큰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건 우리 사회의 합의된 원칙이다. 더구나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할 정도의 부자를 상대로 주식 투자에서 얻은 이익에 과세하는 건 하나도 어색할 것이 없다. 이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주식 양도차익이 연 5천만원을 넘으면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대주주 보유액 기준도 종목당 100억원 이상으로 바꾸려고 했으나 여야 합의를 거쳐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주식양도세 기준을 바꾸는 건 아무 명분이 없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뿐이다. 그러나 최근 전격적인 공매도 폐지가 보여준 것처럼 조변석개식의 제도 변경은 장기적인 주가 흐름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도리어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해악이 더 많을 수 있다.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기준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이라 정부와 대통령실이 직권으로 개편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야당과의 합의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대통령과 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언한 적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야당의 반대에도 강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

공매도 금지나 양도세 완화는 결국 주가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그렇게 해서 오른 주가가 유지될 리도 만무하다. 장기적 시장 안정이나 조세정의 대신 금융투자자들의 단기적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졸속 정책인 셈이다. 이런 '조삼모사'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건 국민을 원숭이로 아는 행태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스스로 세수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니 현 정부가 내세워 온 건전재정 원칙에도 반한다. 눈앞의 총선에 정신이 팔린 정부·여당이 우리 경제를 어디로 끌고가려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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