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장 취임과 함께 아수라장 된 KBS, 앵커 물갈이에 시사 프로그램 폐지

청취자들도 함께 분노 “하루 만에 뉴스도 바뀌나”, “정권 나팔수가 장악한 KBS”

KBS ⓒ제공=KBS

박민 KBS 새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뉴스9’ 등 KBS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이 대거 물갈이됐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도 폐지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KBS 내부에서는 “공영방송 KBS가 다시 대통령 주례 연설을 방송하고 보도하던 MB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며 강한 성토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박 사장이 취임한 직후, KBS는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을 대거 교체했다. 2019년부터 KBS의 대표 뉴스프로그램인 ‘KBS 뉴스9’을 진행하던 이소정 앵커는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고, 주말 ‘KBS 뉴스9’과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광장’ 등을 맡았던 앵커들도 전면 교체됐다.

월요일~목요일 밤 방영된 시사·교양프로그램 ‘더 라이브’도 급작스럽게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지난주까지 정상적으로 방송되던 ‘더 라이브’는 박 사장 취임일인 13일부터 결방했다. KBS는 ‘더 라이브’가 방송되는 시간에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재방송을 대신 편성했다.

라디오 역시 급작스러운 진행자 교체로 논란이 일고 있다. KBS1 라디오의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해 온 주진우 기자는 13일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고, 프로그램 역시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주진우 라이브’ 시간대에는 KBS 기자가 진행하는 ‘특집1라디오 저녁’이 진행됐다.

갑작스럽게 하차하게 된 주 기자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으로 급작스럽게 오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주진우 라이브’ 청취자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끝인사를 전해야 했다. 주 기자는 박 사장을 향해서도 “KBS가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 돼야 하는데 ‘박민의 방송’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임식에서 (박 사장이) KBS 위기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 했는데 맞다”며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박 사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강시사’ 역시 특집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당초 최경영 KBS 기자가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진행했지만, 최 기자가 지난달 27일 프로그램 하차 및 KBS 퇴사 소식을 밝힌 뒤 ‘최강시사’로 개편됐고, 김기화 KBS 기자가 그 후임을 맡아 진행해 왔다. 그런데 14일부터 ‘최강시사’ 시간대에 ‘특집 KBS1 라디오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이 새롭게 편성됐다.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변경에 청취자들도 크게 반발하는 중이다. 한 청취자는 라이브 채팅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KBS에서 듣고 많은 도움을 얻었는데, 정권 나팔수들이 장악해 이제 MBC로 떠나야겠다”고 적었고, 또 다른 청취자는 “하루 만에 뉴스도 바뀌었네요”라고 황당해했다. “총선 때 보자”거나 “방송 공정성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KBS 보이콧하겠다”는 청취자도 눈에 띄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팅창에도 KBS의 일방적인 교체에 분노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KBS 사장 교체 과정 내내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이사회 내 야권 성향 이사들을 해임하고, 여권 성향 이사들을 임명해 왔다. ‘여권 우위’로 개편된 KBS 이사회는 절차상 하자를 무시한 채 문화일보 전 논설위원이었던 박민 사장을 사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정권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박 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았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과는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이라는 인연이 있다. 야당의 반대로 박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박 사장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박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재확립”이다. 박 사장은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 사장 취임식에 피켓 시위를 하며 박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낙하산 박민은 취임 전부터 권한이 없음에도 진행자 교체를 종용하고,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을 위반하며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개편과 결방을 강행하고 있다”며 “KBS본부는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낙하산 박민의 공영방송 파괴 공작에 맞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고 KBS를 살리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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