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둔 ‘신축 아파트’인데…첨벙거릴 정도로 물 고이고, 곰팡이 슬기도”

건설노조, ‘부실공사 119’에 접수된 신고 내용 공개 “콘크리트 부실 종합 대책 필요”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가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운영하는 '부실공사 119'에 신고한 누수 의심 사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입주를 앞둔 대구 지역의 한 신축 아파트 현장. 복도에는 첨벙거릴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고, 안방 벽에는 금이 간 틈새로 물이 차올랐다. 비슷한 현상은 대전 지역의 신축 아파트에서도 발견됐다. 이 아파트 역시 벽이 갈라져 누수가 생겼고, 이로 인해 곰팡이까지 생겨났다. 모두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의 부실공사가 의심되는 현장들이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부실공사 현장을 일부 공개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9월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부실공사 119’를 개설해 관련 신고를 받는 중이다.

민주노총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비가 오면 우중 타설 사진과 영상이 줄지어 신고되고 있다”며 “9월 29일 경기도의 일 강수량은 36.6mm에 달했지만 이날 타설이 있었고, 바로 다음 날 ‘갱폼’이라는 대형 거푸집을 벽지에서 떼어내 그 위층으로 올리는 현장 사진이 신고됐다”고 전했다. 또한 “10월 19일 경기도의 일 강수량은 24.1mm였지만,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대형 거푸집인 갱폼 인상 작업이 타설한 지 12시간 이내에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 자갈 및 혼화재의 혼합물로 만들어진다. 이때 물이 많으면 자갈과 시멘트 반죽이 분리돼 성능이 나빠질 수 있다. 시멘트 반죽이 제대로 섞이지 못해 어느 공간에는 자갈이 몰려 있기도 하고,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가 올 때 타설을 하는 경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더욱이 신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중 타설 한 지 12시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콘크리트를 지탱하고 있는 거푸집(갱폼)을 해체할 경우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노조는 “콘크리트가 덜 굳은 상태에서 갱폼을 인양하게 되면 측면에 하중부담이 생기고 균열이 갈 수 있다”며 “균열이 생기면 아파트 건축물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침수나 누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역시 철근 누락과 함께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우중 타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표준시방서(공사에 대한 표준안) 개정을 예고했지만, 건설노조는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 실장은 “콘크리트 강도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고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노동조합은 입주 예정자들이 우중 타설의 불안에 떨지 않도록 국토부나 지자체에서 콘크리트 강도 측정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무리한 작업을 하지 않도록 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건설기술진흥법 제도를 정비해 콘크리트 품질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어광득 씨는 “저희 아파트가 무너진 후에도 우중 타설 문제나 공사를 앞당기기 위해 굳지도 않은 콘크리트를 (받치는 거푸집을) 무리하게 해체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며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보호 대책을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발 부실시공이 사라질 수 있도록, 입주민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표준시방서를 어길 경우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 ▲건설 품질 제고를 위해 원·하청 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 협의체 구성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직접 지급제 도입 등을 이번 국회 내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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