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하루 만에 KBS 쑥대밭 만든 박민 사장

박민 KBS 사장이 취임 직후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과 시사프로그램 사회자들을 대거 교체하고 편성을 변경하는 등 방송 독립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거침없이 벌이고 있다. 급기야 기자회견을 열어 전 사장 시절 KBS 보도가 편파적이었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추가적인 징계 인사 예고까지 했다. 방송장악이 아니라 ‘방송 점령’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KBS는 박 사장이 취임한 13일 대표 뉴스 프로그램인 ‘KBS 뉴스9’과 아침 뉴스프로그램 ‘뉴스광장’ 등을 맡았던 앵커들을 전면 교체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 밤에 방영되던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 편성을 제작진과 협의도 없이 사흘간 삭제했다.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 주진우씨도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최경영 전 기자가 진행했다가 최 기자가 퇴사한 뒤 김기화 기자가 진행했던 ‘최강시사’도 갑자기 편성에서 사라졌다.

나아가 박 사장은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적인 인사 조처와 편성 변경 등을 예고했다. 그는 “향후 불공정·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자,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엄정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공정성 논란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40건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도 있다”며 불공정 보도 사례를 언급했다. 방심위 등 외부 기관의 판단을 기준으로 내부 징계를 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방심위는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무리한 심의, 징계를 남발해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박 사장은 “내외부 지적을 받은 불공정 보도들을 백서로 발간해 KBS 보도의 지침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대로면 정권 홍보 방송을 만들지 않는 한 징계를 피할 기자와 PD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KBS 사장이 교체되는 과정 내내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부터 KBS 이사회 교체, 절차를 무시한 사장 내정에 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데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이 없었다. 사장이 취임한 직후 단행된 여러 조치도 절차적 하자투성이다. 프로그램 또는 제작진 교체를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은 KBS 내부규정과 단체협약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박민 사장의 행태는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점령’하겠다는 정권의 조급한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박 사장은 취임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을 거론했다. 군사독재 시절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은 철저히 공영방송을 파괴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공영방송은 사회적 재부다. 자신의 입맛대로 파괴할 권한이 정권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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