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오래 일하지만, 수입 줄었고, 다칠 위험 커졌다”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바야흐로 배달 전성시대다. 중화요리를 시작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배달시장은 치킨과 피자 등으로 확대된 이후 한식, 족발 등 가능 분야가 점차 늘어났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배달대행업이 생겨났고, 이후 배달이 안 되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배달은 대중화했다. 그러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각종 배달플랫폼을 중심으로 배달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배달플랫폼들은 로켓배송, 새벽배송, 즉시배송 등 엄청난 속도를 약속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들은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배달노동자들의 현실을 돌아보고, 어떠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논의하는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김선영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경기본부가 공동주최했다.

배달노동자 35%
지난 1년간 사고 경험
배달플랫폼 3사
사고재해 연간 2341건


“코로나 초기에는 배달라이더의 수가 많지 않아 배달수요가 많아서 부족하지 않게 일을 했다면 점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배달라이더의 모집을 사측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진행하여 라이더들 간에 경쟁을 유도하고 배달수수료의 삭감 등으로 초기와 지금의 노동시간은 최소 12시간, 더 오래 일하는 경우 15시간도 일하는 라이더들이 태반입니다. 또한 플랫폼사들이 오픈 시간을 당기고 마감 시간을 늘려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고객들이 주문할 수 있어 그만큼 강도 높은 노동시간을 요구하게 됩니다.”

배달경력 4년차로 배달의민족과 쿠팡 플랫폼을 경유하며 일을 하고 있는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경기지부 조합원 전상현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배달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이렇게 증언했다. 배달노동자들의 경쟁이 높아지면서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있지만, 수입은 크지 않고, 오히려 다칠 위험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발제하고 있는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날 토론회에서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은 ‘경기도 음식배달플랫폼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수많은 사고에 노출되면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신 운영위원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배달플랫폼노동조합과 국민입법센터가 주관해 전국 음식배달종사자를 상대로 2023년 7월 24일부터 8월23일까지 30일간 온라인 조사한 자료 가운데 경기도 273명 케이스를 별도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경기도 배달노동자들은 1주일에 평균 167건을 배달하고, 평균 52시간 일하며 각종경비 73만 원을 제하고 한 달에 267만원(월 순소득 추정값)을 버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달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주 59시간으로 더 길었다. 희망하는 근로시간은 평균 43시간으로 응답자의 42.1%는 근로시간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근로시간당 수입은 1만5천원을 조금 넘었지만 근로자와 비교해 계산할 경우 시간당 11,549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노동자들의 70%가 코로나엔데믹 이후 소득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환경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5%가 최근 1년간 사고를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사고횟수는 연간 평균 1.8회로 나타났다. 이런 배달노동자들의 사고 위험은 산재 관련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2년 8월기준 산재신청 상위10개기업현황(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배달의민족)이 1위를 차지했고 쿠팡이츠도 9위를 차지했다. 2023년 8월 진성준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배달플랫폼 3사의 산재신청건수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해동안 2341건의 사고재해가 발생하였고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했으며, 2023년 6월말 현재 사고승인 1141건으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사측에선 운전자 부주의 또는 운전 미숙을 주장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운전 경력과 사고는 별다른 상관 관계가 없고, 근로시간 및 근로횟수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노동자 61.9% 아파도 일해
59.3% 안전모 등
안전장구 지급 못 받아


배달노동자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지만, 안전 및 건강과 관련해선 별다른 보장을 밭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보험에 가입해도 자손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이 되지 않고 있었고, 77.3%가 보험료를 자부담하고 있었으며, 응답자의 59.3%가 안전모 등 안전장구를 지급받지 못했고, 악천후에도 근무를 사실상 강요받는 사례도 많았다. 또 응답자의 61.9%가 아파도 일하고 있었고 디스크 등 허리와 목통증(34.6%)과 무릎,다리,발,어깨 등 통증(45.8%)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배달업무 계약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달료, 배차, 배달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 평점, 페널티가 산정되는지 등에 관한 알고리즘 정보에 대해 42.9%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 토론자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재 고용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배달노동자들이 18.7%였고, 국민연금 지역 가입 대상자인 이들의 정상가입률은 52%에 불과했다.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는 63.4%였고, 배달업체 직장가입가입자는 8.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59.3%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을 원하고 있었고 현재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가입현황과 교차분석결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61.8%,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69%가 배달업체를 통해 직장가입을 희망하고 있었다.

배달라이더로서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25.2%에 그쳤고, 수입이 걱정되고 불안한 정도를 5점척도로 물어본 결과 3.6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전체 응답자 가운데 70.7%가 건강과 안전문제에 대해 걱정했고, 직업안정성에 대해서도 걱정되고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5.6%로 나타났다.

배달노동자들의 근로 현실
갈 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조례 좀 더 강화해
‘경기도 배달노동자 안전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만들어야


그렇다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수많은 사고에 노출되면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배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한 것일까? 강은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은 ‘타 지역 관련 조례 현황과 배달노동자 안전보호 및 지원 사례를 통해 본 경기도 지원 정책에 대한 제언’을 토론회에서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플랫폼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산재보험료 지원, 안전교육, 조사 연구사업, 노동단체 지원사업, 표준계약서 이행점검 및 사용 권고 등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들의 근로 현실이 갈 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내용을 좀 더 강화해 ‘경기도 배달노동자 안전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각종 정책을 마련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배달노동자 특성에 맞는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 및 쉼터 운영비 지원이 필요하다. 쉼터에선 오토바이 경정비(오일교환 등), 식음료, 모임공간 제공,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발제하고 있는 강은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료 지원 ▲안전교육 및 안전장비 지원, ▲전업라이더 대상 최소 1주일 유급병가 지원 ▲배달노동자 지원위원회 구성 ▲배달노동자 특성에 맞는 건강검진 지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표준계약서 사용 확대 ▲일반대행업체 안전교육 실시 및 유상운송책임보험 가입 실태 파악 및 선도 ▲안전교육 확대 및 산업재해 교육 및 신청 지원도 필요하다.

“배달노동이 우리의 생활을
연결하는 핏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핏줄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이런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인삿말을 통해 “배달라이더의 노동환경 문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위험한 노동환경에도 도민의 먹을거리 배달을 책임지고 있는 배달라이더를 위한 보호 방안이 경기도 정책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위원장도 “배달노동자들은 코로나 펜데믹 기간 방역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그 결과 필수노동자로 지정됐다. 사회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배달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박현준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은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하는 사업들이 있지만 지원규모가 매우 적으며 일시적인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달노동이 우리의 생활을 연결하는 핏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핏줄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람이 생명을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핏줄이 튼튼해야 하듯이 배달노동자가 튼튼한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사회와 경제가 건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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