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복원’ 치고 나가는 민주당...이재명, 연구자 만나러 대전행

연구자들 성토 “대학원생 인생에 가까운 예산”, “이공계 우수 인력 유출 눈앞으로”...과방위 소위서 민주당 의결로 R&D 예산 일부 복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열린 대덕특구 50주년 기념 및 R&D 예산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3.11.15.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점을 부각하며 이를 복원하는데 당력을 쏟고 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R&D 예산 보완’을 말하면서도 정작 상임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15일 대전에서 연구자들을 만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생 예산 확보’ 여론 선점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후에는 국내 대표적인 과학기술 연구단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기초과학연구원을 찾아 R&D 예산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연구계 관계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이준영 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대학원생들에게 R&D 예산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년에 써야 할 연구비, 켜야 하는 장비비, 필요한 시약비, 논문 투고비이기도 하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저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생활비”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지부장은 “R&D 예산은 대학원생들에게 거의 인생에 가까운 예산”이라며 “당장 내년에 예산이 삭감되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한다. 그런 제가 제 미래를 그리기 어려운데, 대한민국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강천윤 전국과학기술노조 위원장도 “이번 R&D 예산 삭감과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이공계 대학생 약 80%가 국내 대학원에 진학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굉장히 큰 문제”라며 “꿈과 전망을 갖고, 하고 싶은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일거에 무너졌다. 예산 삭감에 실질적인 피해를 받지 않은 대학생들마저 이렇게 느낀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공계 우수 인력 유출은 눈앞으로 다가온 거 같다. 2024년도 R&D 예산 삭감을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막고, 어떻게 복원하는가에 따라 많이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 참석자들은 정부는 R&D 예산을 단지 흘러 나가는 비용으로 치부하지만, 연구의 자율성 보장과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회장은 “(예산이) 밑바탕이 되기에 연구비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며 “아이디어에 제한을 두면 안 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정치적인 영향을 받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연구 개발을 중단하는 행위는 예산 절감이 아니라 ‘낭비’라는 측면에 동감했다. 이 대표는 “정부 당국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할 문제”라며 “구더기 때문에 장 담그는 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예산을 잘못 쓴 부분을 적발할 시 이를 조치해 해결하면 될 일이지, 그걸 섣불리 의심하느라 연구개발 예산을 몽땅 도려내는 건 “무지의 소치”라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이번 예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R&D 예산 복원은 당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앞서 최고위에서도 “반드시 R&D 예산을 복원해 국민의 걱정거리를 덜고,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속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15. ⓒ뉴스1

한편 민주당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삭감한 내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 중 R&D 예산 일부를 복원했다. 이에 반발한 과방위 예산소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역대 과방위 예산 심사에서 볼 수 없었던 막장 수정안”이라며 의결 직전 퇴장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부안보다 8천억 원가량을 순증했는데 “구체적 계획도, 법적 근거도 부족한 글로벌 예산”으로 꼽힌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부문 등에서 1조 1,600억 원을 감액했다. 감액한 예산은 R&D 집단 연구 지원, 연구원 운영비 지원 등 R&D 예산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구체적으로는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카이스트 등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 명목으로 약 2조 원을 증액했다.

정부 측에도 입장을 제출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불성실한 응답” 뿐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도, 정부도 “여전히 ‘윤석열표 예산’을 고집”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예비 심사 성격인 상임위 회의에 이어 이날부터 예산안 감액·증액을 정밀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돌입한 만큼, 소위 의결 내용이 최종 의결 예산안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상임위에서 증액된 R&D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잘 챙겨서 모욕당한 과학기술인들의 명예를 지키고 정부가 포기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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