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지방의원,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들의 권력을 감시하기 위한 데이터 사이트 오픈와치(openwatch.kr)가 문을 열었다.
오픈와치는 데이터를 통한 권력 감시 프로젝트로, 권력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그들을 지지하고 자금을 후원하는지, 그들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대표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개해 누구나 정치권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다.
현재 본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지방의원과 국회의원들의 정보, 그리고 국회의원과 선거 후보자들의 정치후원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지방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에 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민의를 대표해 지자체의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고, 지자체의 법안인 조례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오픈와치 사이트 ⓒ필자 제공
그런데 이 지방의회 의원들의 정보들은 각 지자체 의회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국 지방의원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243개 지자체에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수집하고 정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5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전국 지방의원 데이터를 수집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픈와치에서는 이 시민들의 노력으로 수집한 7대 기초의원 및 8대 기초/광역 의원들에 대한 상세 이력 정보와 이들의 겸직 현황, 이해충돌방지법 시행과 함께 올해부터 제출하는 임기 이전 3년 동안의 민간업무활동내역, 소속 의회에서 비위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징계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18대~21대 국회의원에 대한 기본정보와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한편, 정보공개센터에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정제해 공개한 20대~21대 국회의원의 재산내역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의 재산 정보는 의원 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를 개인이나 가족의 재산 증식에 이용하지 않는지, 건물이나 주식 소유와 관련해 정책에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지 등 공직자로서의 책무성을 검증하기 위한 주요 자료가 될 수 있다. 오픈와치는 또한 이들의 이력과 재산이 의원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의원별 법안투표 내역 및 법안 정보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오픈와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하여 수집한 정치후원금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2008년~2021년까지 14년치의 국회의원의 연도별 후원금 모금 총액과 고액후원자 명단, 2012년~2022년까지의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후원금 총액 및 고액후원자 명단, 그리고 지난 2022년 제8회 동시 지방선거 당시 후보자들의 후원금 총액 및 고액후원자 명단이 현재 제공되는 데이터들이다.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은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고액후원자에게 특혜를 주거나 부당한 법안을 내지는 않았는지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다. 2022년 고액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시사저널의 보도에서는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형 건축사무소나 국토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로부터 후원을 받은 내역을 조사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픈와치에서 수집하여 공개하는 모든 데이터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셋(DATASET)과 API 형태로도 제공된다. 시민들 누구나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 각계각층의 연구자/언론인/시민들이 문제를 발굴할 수 있어야 하고, 언론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도 각 지역의 정보를 그 구성원들이 확인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와 바람을 담아, 지난 10월 오픈와치는 시민들에게 우리 데이터를 분석한 콘텐츠 및 API 활용 아이디어에 대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스스로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을 모니터링하고, 정치 생태계를 좀 더 민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해 주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와 상상력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 횟수 통계부터 지역정치인들의 유력지수 분석, 지방의원 및 국회의원들의 분야별 정책 입안 및 그로 인한 변화를 추적하는 콘텐츠, 각 지방의원의 전문 분야와 관심사를 추출해 키워드화 하고 주민들이 청원 및 민원,정책 제안을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까지 기존 정치권력에 대한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재산 중 주식내역을 분석해 각 국회의원이 어떤 회사의 이해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지를 분석하기도 했고, 지방의원들의 징계 이력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당들의 지방의원 공천 제도에 대해 분석해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보기도 했다.
오픈와치 사이트 ⓒ필자 제공
특히 공모에 참여한 하재정 씨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분석했는데 기초의원의 징계 이력, 각 정당의 당협위원장 정보와 공천기록을 결합해 정당들이 문제가 있는 기초의원을 공천하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다음 선거에서도 해당 의원을 공천하는 부패한 행태를 꼬집는 한편, 본인의 지역구를 ‘텃밭’으로 삼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임기 3년차 후원금을 분석해 지역에서 공천권을 원하는 후보자들에게 정치헌금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일목요연하게 제기했다.
그는 현재 정당공천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면서 현실적으로 ‘정당공천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국과 독일처럼 지구당 당원대회 등의 심사와 투표를 거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에 근거한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3년차 후원금에 대한 분석에서 군소정당에 비교적 표가 분산되는 전라도 지역에 주목하며 양당제 구도가 완화된 곳일수록 지역 정치인들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충성하는 엽관주의 행태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렇듯 정보가 제대로 공개될 때, 시민들은 현재 정치권력에 대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고, 우리의 정치제도 및 권력 구조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사유하고 장기적인 대안도 바라볼 수 있다.
앞으로 5개월 뒤면 22대 국회의원 총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오픈와치를 통해 후보자들의 이력과 그동안의 정책활동을 제대로 알고, 좀 더 나은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고민하는 깊이만큼 정당 조직과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인물과 정책을 들고 유권자들과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