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국민과 약속 vs 국힘과 야합, 민주당의 선택은?

2023년 10월 6일 열린 국회 본회의 ⓒ뉴스1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히 지역구 선거구를 획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선거제도의 기본 틀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과거의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골목상권 침해하는 ‘병립형’


현재 300석의 국회 의석 중에서 지역구 의석이 253석이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 불과하다. ‘준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는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 방식을 둘러싼 것이다. 병립형’은 지역구 당선자를 이미 많이 배출한 거대 양당에게 비례대표 의석마저 추가 배분하는 제도이다. 반면 ‘연동형’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보자. 가령 A당이 정당득표율이 40%라면 300석의 40%인 120석을 가져가는 것이 ‘표의 등가성(비례성)’이라는 측면에는 타당하다. 그런데 A당은 지역구에서만 이미 120석 이상을 차지한 거대정당이다. 그렇다면 비례대표까지 A당에게 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A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많이’ 주는 것이 ’병립형‘인 것이다.

’병립형‘에서는 A당은 비례대표 의석 47석의 40%인 19석을 추가로 가져간다. 이런 식으로 거대정당이 지역구 의석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의석까지 가져가게 되면 소수정당은 가져갈 의석이 없게 된다. 그래서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이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연동형’에서는 A당과 같이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된 거대정당이 아니라,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소수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본래 의미의 연동형에서는 10% 정당득표를 한 정당에게 300석의 10%인 30석을 보장한다. 그런데 지금의 ‘준연동형’은 반쪽짜리 ‘연동형’이기 때문에 그 절반인 15석 정도를 보장하는 것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반대 거대양당의 정치 개악 밀실 담합 규탄’ 원내외 정당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09.01. ⓒ뉴시스

물론 실제 계산은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병립형’은 거대정당이 비례대표 의석까지 많이 차지하게 되어 거대양당 구조를 강화시킨다는 것이고,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자가 적지만 상당한 정당득표율이 나오는 소수정당에게도 정당득표율만큼의 의석을 배분하려고 노력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민주당 지도부


그래서 지금 시민사회단체들과 소수정당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은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며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대양당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고,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14일에는 민주당 국회의원 55명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고 위성정당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11월 15일에는 민주당 국회의원 30명이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매우 커지고 있다. ‘계산의 함정’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에 더해 비례대표 의석도 최대 20석 안팎까지 가져갈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민주당 같은 거대정당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지역구 의석에 더해서 비례대표 의석까지 많이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계산의 함정’이라고 한 이유가 있다. 만약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어떤 파장이 있을까? 아마도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붕괴하고, 민주당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은 악화될 것이다. 그것은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약속’, ‘국힘과 야합’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국힘과 야합을 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022년 대선 직전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실질적 다당제를 구현하고 다양한 민심을 받들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2022년 8월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런 방안을 93.72%의 찬성률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시 당대표였던 송영길 전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당시 민주당은 당제 구조로의 전환을 포함한 정치개혁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이렇게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려면 표의 등가성(비례성)을 더욱 높이고 소수정당에게도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을 보장해서 실질적 다당제를 구현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 더 나아가지는 못 할지언정, 거대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할 ‘병립형’으로 퇴행한다는 것은 국민과 약속을 정면으로 저버리는 것이다. 초지일관 ‘기득권 지키기’만을 주창해 온 국힘과 야합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민주당에게 이득이 될까?

필자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위해서나 정권심판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얕은 계산’보다는 ‘약속을 지키는 정당’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면, 위성정당을 또 만들려고 획책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과 확실히 차별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내년 총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 헌법개정 등 정치개혁 과제들을 다른 소수정당들과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면, 중도층도 민주당에게 호의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선택을 버리고 국힘과 야합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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