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박민 KBS 사장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3.11.14 ⓒ뉴스1
박민 사장 취임 직후 주요 시사 프로그램들이 폐지 및 편성 삭제되고, ‘뉴스9’ 등을 진행하던 앵커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방송사 안팎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 사장을 방송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KBS본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본사 노조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S라디오 최강시사와 TV프로그램 ‘더 라이브’의 편성삭제, 뉴스 앵커 전면 교체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KBS본부는 “일요일인 12일 오후 5시에 대통령실 재가를 받은 사장이 KBS 역사 이래 처음으로 자정에 인사 발령을 했고, 13일에 임기를 시작하게 될 방송 책임자들이 임명 전 개별 제작진에게 프로그램 폐지를 지시했다”며 “‘낙하산’ 박민 사장은 방송법 4조를 정면으로 위배했고, 방송법에서 적시된 ‘편성규약 위반’, 유효기간이 2023년까지 남아있는 ‘단체협약’도 전면 위반했다. KBS본부는 ‘낙하산’ 박민 사장을 방송법 위반, 편성규약·단체협약 위반으로 고발하고, 이러한 과정이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근로감독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KBS본부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하차 과정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 4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KBS본부는 “13일 임명 예정인 라디오 센터장이 12일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진행자인) 주진우 기자의 하차를 지시했다”며 “담당 PD가 절차 문제를 항의하고 권한이 없음을 지적하며 이행할 수 없다고 하자, 불이행 시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라디오 센터장은 13일 오전 9시에 MC인 주진우 기자에게 하차를 통보했고, 통화 과정에서 ‘박민 사장의 의지’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사장이 취임한 당일 아침 급작스럽게 편성표에서 삭제됐다가 끝내는 폐지된 ‘더 라이브’와 관련해서도 “편성규약에 따른 편성위원회 절차를 무시했고, 단체협약에 따른 긴급 편성 통보 절차를 무시했다”며 “편성 삭제와 관련된 변수는 단 하나, 낙하산 사장의 임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해당 스텝, 작가 등 표준계약서도 무시됐다”고 밝혔다.
KBS 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에 대해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해선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편성·보도·제작 상의 의사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취재·제작된 프로그램이 사전 협의 없이 수정되거나 취소될 경우 그 경위에 관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할 수 있다. 제작의 자율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관련 결정에 대해서는 알 권리와 시정을 요구할 권리 또한 보장하고 있다.
KBS 단체협약 역시 편성·제작·보도 책임자는 실무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며, 합리적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한다. 프로그램 개편과 관련해선 제작진과 협의하고,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요구할 경우 해당 개편에 대해 성실히 설명해야 한다.
KBS본부는 ‘뉴스9’ 앵커의 급작스러운 교체와 관련해선 “(박 사장이 취임한) 13일 당일 앵커가 하차했다”며 “앵커선정위원회와 프로그램 제작 부서와의 절차도 전무했다”고 꼬집었다.
‘뉴스9’ 새 앵커인 박장범 앵커가 14일 ‘뉴스9’에서 특정한 과거 보도들을 지목하며 “보도 공정성 훼손 사례”라고 소개한 데 대해서도 “정상적인 발제 과정이 없었고, 통합 뉴스룸 소속이 아닌 타 국 소속의 부장이 기사를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기사에 대한 내부적인 합의가 없었고, 어떤 것이 공정성 훼손인지 검증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오는 21일 오후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박 사장의 방송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하루 뒤인 22일에는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고발과 근로감독 청원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