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확대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반대하며 20일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 1,500여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행사는 800만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경고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에 대한 개정안을 말한다. 노사 교섭 시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해 사용자가 파업 노동자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노조법에 규정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간접고용·특수형태근로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원청인 택배사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됐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기업과 여당 측에선 "불법 파업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다.
이날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택배 노동자들을 비롯한 800만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소박하지만 절박한 염원이 있다"면서 "대리점 소장이나 사내하청 사장 등 가짜 사장 말고 진짜 사장과 실질적 교섭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총 등 재벌단체들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떠들어댄다. 이를 조중동이 언론에 도배하며 윤석열은 거부권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진짜 사장과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협상하면 진짜 나라가 망한단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진 위원장은 "현행 노조법 체계는 원청이 '하청업체 노사 간 협약이라 지킬 의무가 없다'고 단체협상을 파기해도 그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래서 노조법 개정이 절실하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강행하면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행사는 상식과 민생에 대한 거부"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 민중적 퇴진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쿠팡을 향해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송정현 쿠팡택배 일산지회 조합원은 "쿠팡은 수년째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고, 현장 내에서의 어떤 노조 활동도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면서 "지난달에만 2분의 쿠팡 택배기사가 돌아가셨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죽어갈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죽지 않고, 해고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고객 여러분의 상품을 배송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