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연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예산’ 등을 삭감하여 “미래의 싹을 싹둑 자르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의 예산 증액을 삭감한 일경험지원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2023년도에 추진했다가 실적이 매우 저조했던 사업이었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실적 저조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증액한 해당 사업 예산에 대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며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일경험사업, 실적 저조한데 예산 증액 과도해서 조정했더니...“미래 싹 잘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미래 예산 만들겠다더니 분풀이 칼질로 미래의 싹을 싹둑 자르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예를 들어,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요구하다 정부·여당의 반대로 막히자, 정부가 새로 편성한 청년취업진료 및 일경험지원사업 예산 238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청년들에게 질 높은 일 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산을 민주당이 통째로 날려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요구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이 확보되지 않자, “분풀이”로 윤석열 정부의 청년 예산을 삭감했다는 주장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해당 예산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원회) 보고서 170쪽.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 보고서’를 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일경험지원 사업’에 관해서 “2024년도 예산안에서 큰 규모로 증액됐으나, 차년도 목표인원 추계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차년도에 상향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으며, 사업 1차년도 성과평가 및 분석이 완료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증액된 부분을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보고서)
실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청년일경험지원사업 2023년도 참여인원은 목표에 한참 미달했다.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인턴형’의 경우 목표인원이 7700명이었는데, 참여한 인원은 겨우 2448명에 불과했다. 목표치의 31% 수준이어서 매우 저조한 실적이었다. ‘기업탐방형’과 ‘프로젝트형’ 역시 각각 목표치의 70%·78%의 인원만 채웠다.
이같이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해당 사업 예산을 2배가량 증액했다. 전년도 예산은 553억3000만원이었는데 2024년도 예산안에는 1109억4000억원 증액한 1662억7000만원으로 편성한 것이다. 예산 대폭 증액에 따라 목표치도 크게 높아졌다. 참여율이 고작 31%였던 ‘인턴형’의 경우 7700명(2023년)이었던 목표인원을 19000명(2024년)으로 높였다. 기존 목표치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목표치를 2.4배로 높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 관계자는 “일 경험이 3개월밖에 안 되고, 청년들에게도 크게 효용이 있을 거라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적이 특히 저조했던 ‘인턴형’ 일 경험은 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 수준의 단기체험 사업이다. 이 기간에 기업 현장에서 과업을 직접 수행해 보고 ‘멘토’에게 조언을 얻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경험지원사업 관련 정책브리핑)
진성준 환노위 소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환노위 회의에서 “청년 취업진로 및 일경험지원사업은 단기성 체험 위주 사업으로 실적이 저조하고 실질적으로 취업률을 제고하기 어려운 사업이므로 감액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