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강한 도덕적 긴장이 필요하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이른바 ‘암컷’ 발언이 지탄을 받는데도, 당사자와 당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해 국민의 더 큰 실망을 사고 있다. 최 전 의원은 19일 같은 당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언급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명백히 여성혐오 발언이며, 유력 정치인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저질 발언이다.

최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그 일가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겨냥해 발언했다. 이른바 처가 게이트는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대선 이전의 공언과 달리 김건희 여사가 적절한 통제도 없이 ‘영부인’으로 활동하는 점도 바로잡혀야 한다. 아울러 ‘동물농장’이라는 표현이 나온 맥락인 검찰정권도 심판해 마땅하다. 그러나 논지와 별개로 ‘암컷이 설친다’는 표현은 여성은 물론 지성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모욕감을 준다. 이 표현이 극히 부적절하다는 점은 굳이 성평등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명백하다. 최 전 의원이 주장하는 바는 특정 성별을 비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강조할 수 있지 않은가. 같은 발언을 정부여당에서 했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비판하고, 무엇을 요구했을지 생각하면 판단은 분명하다.

비판 여론이 쇄도하는데도 민주당의 대응은 한없이 느리고 무기력하고 가벼웠다. 20일 최 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뒤 21일 낮 조정식 사무총장이 입장문을 내 사과하며 최 전 의원에게 ‘엄중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속조치에 관해서는 아무런 입장이 없었다. 파문이 더욱 커지자 이날 오후 늦게 이재명 대표가 SNS를 통해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 전 의원이 여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는 소식도 없고, 해당 발언을 당 차원에서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말로는 “엄중” “무관용” “엄정”인데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래서는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차제에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을 비판할 때 국민의 입장에 서볼 것을 권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생시킨 것도, 20년 집권을 말하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도, 결과적으로 오늘의 국정실패과 민생파탄을 불러온 것도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담긴 정제된 언어로 비판할 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민주당에 부여된 당면 사명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을 심판하고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이다. 민주개혁진보를 바라는 모든 국민의 열망을 모아낼 책무가 민주당에게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구시대적 혐오와 낡은 조직문화 등 기득권세력의 면모를 일신하지 못한다면 심판의 동력은 모일 수 없고, 나아가 심판의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청년비하 현수막 논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은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 정권을 심판하는 주체도 국민이고, 심판할 힘도 국민에게서 나온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민심을 모을 그릇, 즉 도구일 뿐이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에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투로 재단하거나 소나기나 모면하자는 식으로 대한다면 민심은 민주당을 외면할 것이다. 어떤 결단과 실천으로 응답할지 국민은 민주당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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