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정섭 차장검사가 처남의 대마 혐의 관련 경찰 수사를 무마하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 검사 처남의 부인이 직접 증언하면서다.
이 검사 처남의 부인인 강미정 씨는 2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검사의 여러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방송은 2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공개됐다.
이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과 마찬가지로 ‘윤 사단 특수라인’으로 분류됐던 인물로, 얼마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현재 이 검사가 받고 있는 의혹은 처가에서 운영하는 용인 골프장을 이용해 현직 검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리조트 식사 접대를 받은 의혹, 자녀 학교 배정과 관련한 위장전입 의혹, 대마 흡입으로 입건됐던 처남 사건 불송치 및 무혐의 처분 관여 의혹 등이다. 이 중 가장 사안이 엄중하고, 검찰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사안은 처남 대마 흡입과 관련한 직권남용 의혹이다.
검찰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 검사를 직무배제하고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가장 경미하고, 이 검사의 개인적인 비위로 정리할 수 있는 처가 골프장 관련 의혹에 대해서만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리조트 향응 의혹과 관련해서도 뇌물이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섭 검사 처남댁이 폭로한 이상한 마약 수사
이에 이 검사 처남의 부인인 강 씨는 방송에 나와 “저와 같은 일이 더이상 반복되면 안 된다”, “(이 검사가) 벌을 받게 하고 싶다”며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강 씨는 우선 남편에 대한 경찰의 마약 수사에 이 검사가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첫 신고부터 수사 과정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강 씨는 지난 2월 6일 밤 남편이 집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이상한 낌새가 감지돼 112에 신고해 경찰을 불렀다. 당시 강 씨는 남편의 가정폭력 등을 피해 아이들과 함께 친정에 머물다가 아이의 개학 준비를 위해 집을 다시 찾아온 상황이었다.
강 씨는 “지금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감지됐다”며 “집 밖에 세워져 있던 남편 차의 사이드미러도 다 부서져 있었다”고 경찰을 부른 배경을 설명했다.
강 씨는 남편이 평소 마약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마약을 하고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출동한 2명의 경찰은 2명의 경찰을 추가로 불렀고, 총 4명의 경찰이 집을 찾아가 약 10분 동안 문을 두들기며 강 씨의 남편을 불렀다. 뒤늦게 문을 열고 나온 남편의 모습에 대해 “약에서 이제 깨는 중이었던 것 같다”고 강 씨는 주장했다.
강 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그동안 찍어뒀던 동영상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이상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싶어 자신이 직접 남편의 마약 범죄를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강 씨는 “집에 딸이 있어서 현관 밖으로 나가 강력계 형사들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진술을 했다”며 “형사들도 정말 심각하게 잘 들어주셨다”고 기억했다.
경찰이 “소변 검사를 받겠냐”고 묻자, 강 씨의 남편은 처음엔 “받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편은 다시 들어가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두세차례 실랑이 끝에 다시 나온 강 씨의 남편이 갑자기 경찰에게 전화를 받아보라고 건넸다. 강 씨의 남편은 “아버지가 통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화를 건네받은 경찰에게 별안간 강 씨의 시아버지로 추정되는 누군가의 호통이 떨어졌다. ‘네가 누군다 감히 여기를 와서 함부로 수사를 하느냐’는 취지의 얘기였다. 워낙 통화 상대방이 큰 소리를 질러서 경찰 옆에 있던 강 씨에게까지 통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후에 경찰은 또 다른 전화 한 통을 받더니 갑자기 철수했다. 강 씨는 “통화한 분이 전화를 끊으면서 ‘우리 들어오래’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수사를 멈추고 복귀하라는 경찰 ‘윗선’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 현행범을 두고 경찰이 그냥 철수해버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 씨는 “경찰이 저에겐 ‘본인이 검사를 거부한다, 그러면 우리는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철수해야 한다’고 하더니 그냥 가버렸다”고 전했다.
그렇게 경찰이 철수하고 자정이 넘은 시각, 강 씨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예상치 못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바로 남편의 누나이자 이 검사의 부인이었다. 강 씨는 이를 보고 경찰의 철수 배경엔 이 검사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강 씨는 “남편의 변호인이 항고이유서에 ‘가족으로부터 마침 전화가 와서 영장 없이는 임의동행, 임의제출, 간이시약검사 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더라”라며 “(가족 중에) 법조인은 이 검사 한 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강 씨는 “(이 검사의 개입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다. 정황만 있을 뿐”이라며 “(이 검사가) 그날 당시 통화내역을 공해주면 좋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통화내역을 볼 수 있는 기간이 1년이다. 빨리 보여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강 씨는 “여러 크고 작은 민원들을 이 검사가 해결해준 걸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민원(처남의 마약 의혹 수사 무마)은 들어주면 안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 씨는 다음날인 2월 7일 날이 밝자 다시 신고를 하러 서울 수서경찰서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남편의 폭행 혐의는 고소, 마약 혐의는 고발을 했다. 강 씨는 “그 당시 수사관들은 (수사를) 잘 진행해주셨다”며 “증거자료를 다 보여드렸더니, 너무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에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고,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까지 하셨다”고 말했다. 당시 강 씨는 수사 외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 원본을 제출하지 않고 직접 보관하기 위해 다시 집으로 챙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뒤, 담당 수사관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발령이 나서 이 사건을 더이상 맡지 못하게 됐다’고 연락을 해왔다. 강 씨는 “그런 식으로 바뀐 수사관만 6명”이라고 성토했다.
이후 잇따라 사건을 담당한 5명의 수사관들은 강 씨가 남편의 모발과 대마 카트리지 등을 증거물로 가져가도 ‘본인 동의 없이는 받을 수 없다’며 거절을 하거나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에 신뢰를 잃었던 김 씨는 마지막 담당 수사관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라도 포렌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거기에 동영상 등 증거들이 있으니 그걸 제출하겠다는 의미였다.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휴대전화를 받아 담당 부서에 넘겼다.
하지만 이후 강 씨가 포렌식을 참관하러 가보니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SD카드(메모리카드)가 사라져 있었다. 포렌식 담당자도 이를 보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고 강 씨는 전했다. 강 씨가 ’SD카드가 어디갔냐’고 물어봤지만, 담당 수사관은 대답을 하지 않고 누군가와 문자메시지만 주고 받을 뿐이었다고 한다. 다른 방법으로 남아있는 휴대전화에서 포렌식을 진행했지만, 경찰은 강 씨 남편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지었다. 강 씨가 보관하고 있던 주요 동영상 등이 포렌식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강 씨는 사설 업체를 찾아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직접 포렌식했는데, 거기에는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강 씨는 “데이터 양이 확 늘어났다. (경찰이 포렌식한 결과와) 엄청 차이가 많이 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은 강 씨의 남편이 혐의를 부인하고, 모발과 소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며 지난 6월 불송치로 수사를 종료했다. 같은 달 강 씨가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실을 찾아가서 직접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을 제보하기에 이른 배경이다. 강 씨는 “저한테 다들 자살행위라고 했다”며 “억울함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기업 부회장과 이정섭 검사의 유착 관계 폭로도
강 씨는 이 밖에도 이 검사가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리조트 식사 접대를 받은 의혹을 제기했다.
강 씨는 2020년 12월 24일 당시 이 검사 가족과 함께 강원도 춘천시 강촌에 있는 한 리조트에 놀러 갔다고 밝혔다. 당시 리조트는 크리스마스 이브라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로비에서 모 대기업 부회장의 이름만 대고 들어가 리조트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누렸다고 강 씨는 주장했다.
강 씨는 “출발할 때부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스키장이니 들어가서 눈을 보자고 하고 출발할 때부터 얘기했기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다)”며 “아이가 아파서 안 가겠다고 하는 저에게 ‘하얀 눈을 보고 힐링을 하면 나을 거다, 우리 끼리만 쓰는 건데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 씨는 모 대기업 부회장을 ‘OOO 아저씨’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밝혔다. 당시 리조트 안에서 대기업 부회장과 함께 다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김의겸 의원을 통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땐 코로나19 유행으로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시기였는데, 아이들까지 총 9명이 한 자리에 모여있기도 했다.
강 씨는 “(대기업 부회장이) 그곳에 우연히 들릴 수 없는 구조였다. 따로 공을 들여 찾아가야 하는 장소”라며 “게다가 추운 날이었다. ‘OOO 아저씨가 기다리니까 빨리 애들 챙겨서 가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연히 만난 자리가 아니라, 예정된 접대를 받는 자리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가족들과 숙박과 식사를 했지만 따로 비용을 결제하는 것은 못봤다”며 “(대기업 회장과의 식사 후에도) 일단 저희 남편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고, 이 검사도 그냥 ‘잘먹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접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자리에 늘 제가 함께 했었다”며 “저에게는 그날도 자연스러운 모임이었다. 늘 부르면 가야 하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만약 접대였다면, 그날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강 씨는 이 검사의 범죄기록 불법 조회 의혹도 제기했다.
강 씨는 “둘째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어렵게 가사도우미를 모시게 됐는데, 2020년쯤 이 검사의 부인이 급하다고 연락 와서는 그 가사도우미가 전과 3범이라고 알려줬다”며 “제가 ‘무슨 전과인지도 모르는데 어떡하느냐’고 되물으니, ‘폭력이나 살인은 아니고 사기나 절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냥 집에 있는 물건을 조심하고 행동을 잘 살펴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강 씨는 “이렇게 개인 신상을 알아볼 수 있는 권한은 주변에 다른 분들에겐 없다”며 이 검사가 범죄기록을 불법적으로 조회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현재 강 씨는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강 씨는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강 씨는 “제가 이 얘기를 언론에 하면 이혼소송에 유리한 점이 뭔지 짚어줬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또한 “비위 사건에 대해 수사가 잘 된다면 아마 남편의 회사도 수사 대상이 될 텐데, 그럼 제가 재산분할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지겠는가.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걸 감수하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씨는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일단 아빠와 남편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걸 넘어서서 저의 모친에 대한 남편의 폭행도 있었고, 그에 대한 사과도 없이 이 검사의 아내와 저의 남편이 저를 찾아와서 오히려 협박을 했다”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뒤에 있는 힘을 믿고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강 씨는 모친이 지난해 12월 13일 남편을 마약과 폭행 혐의로 직접 경찰에 신고를 했다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의 폭로 방송을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공개한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엄청난 폭로가 있었다. 그런데 사위가 고요하다. 언론도 거의 다루지 않았다. 남의 눈의 티끌은 찾아내서 끝까지 추적하던, 그리고 발언하던 검찰도 조용하다”며 “어제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니까 고요한가, 아니면 사실일까 봐 두려운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도 폭로 내용을 듣고는 “완전히 무법천지”라며 “이러한 것들이 아마 워낙 일상이다 보니까 버젓이 저런 일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활보하는 것 같다. 슬픈 오늘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