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이 탄핵한다니까 뒤늦게 ‘제 식구’ 수사 들어간 검찰

검찰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20일 검찰은 이 검사를 대전고검으로 대기발령하고 관련 회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검사도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검사를 옹호하면서 야당의 탄핵 시도에 대해 막말을 퍼부었던 검찰과 법무부였다. 지난달 말 국정감사에 나온 신봉수 수원지검장은 "감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으로 안다"고 그를 감쌌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이 검사 탄핵이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라며 직접 정쟁에 뛰어들어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나를 탄핵하라"고 맞섰다.

한동훈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한 장관은 14일 "민주당은 이제 하루에 한 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검찰총장이나 저에 대한 탄핵보다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더 낮다고 보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엄포를 놨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을 상대로 '위헌정당 심판'을 거론한 건 선을 넘어도 많이 넘은 일이었다.

그랬던 검찰의 태도가 바뀌었다. 검찰총장은 "내 손이 깨끗해야 남의 죄를 단죄할 수 있다"며 수사와 감찰을 지시했고, 법무부 장관은 "제가 관장하는 기관이니 제가 엄정히 도려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입장을 바꾸면서도 사과는커녕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폭로된 실상은 더 심각하다. 이 검사의 처남댁인 강미정씨는 방송에 출연해 남편의 마약 혐의에 대해 이 검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남편의 대마 카트리지 등을 제출했지만 경찰이 받지 않았고,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서는 메모리카드가 분실됐다는 말도 했다. 이 사건을 결국 불송치 결정이 났다. 경찰이 아예 들여다보려 하지 않은 셈이다. 만약 이 검사의 외압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범죄다. 이런 인사를 놓고 '보복 탄핵'을 운운했다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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