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동자 생명의 소중함은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3년이 지났다.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비참한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30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 중대한 산업재해나 인명피해에 대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제정 당시 노동계가 요구해 온 산재 사망으로 인한 사용자 처벌의 하한선 도입이 되지 않은 점과 모든 사업체에 대한 전면 시행이 아닌 50인 미만 사업장 및 50억 이하 공사에 대해 유예기간을 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법 개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완화를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라며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조치에 나섰다. 민주당도 은근슬쩍 여기에 올라탈 분위기다. 작은 기업들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명분이다.

여야의 뻔뻔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확인할 가치는 분명하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다른 모든 법에 이를 두고 차등을 두거나 유예를 두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이 큰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보다 덜 소중하다는 건 결코 성립될 수 없는 궤변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중소기업이 준비할 시간을 주자는 명분으로 유예했던 3년이 지나 다시 시간을 주자는 것도 명분이 없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경영계의 주장에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박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대한민국 전체 사업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점을 보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는 죽음의 일터를 방치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기업은 없다. 중대기업처벌법의 모태인 영국의 2007년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은 영국의 산재 사망률을 한국의 10분의 1로 유지시키는 바탕이다. '기업의 안전 의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책임을 묻는 건 국가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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