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먹통’ 여당 대책이 대기업 입찰 제한 완화? 전문가도 ‘황당’

“대기업한테 정부 역할인 컨트롤타워를 다 맡기면 된다는 건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11.17. ⓒ뉴시스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에 대해 여당이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문제 삼고 나서자, 엉뚱한 곳으로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번에 벌어진 ‘행정망 먹통’ 사태는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행정 전산망을 유지·관리 하는 업체가 IT 중소업체인데, 대기업 입찰 제한을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연계시키는 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마비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첫번째 문제가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참여 제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등의 목적으로 2013년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은 예외적인 사항이 아니면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여당이 이번 ‘행정망 먹통’ 사태를 두고 이 제도를 탓하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낮다고 탓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1천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형 사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쟁을 활성화해 품질 제고 노력을 유도하고 발주기관과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개선은 올해 초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선정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결국은 정부의 역할과 투자에 달렸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주된 반응이다.

특히 이번 ‘행정망 먹통’ 사태를 두고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탓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건 대기업에 프로젝트를 줘도 대기업은 그걸 하청에 주기 때문이다. 실제 일은 중소기업이 하다보니 중소기업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며 “중간에 (대기업이) 수수료를 다 떼어가거나 그러지 말고 우리(중소기업)랑 직접 계약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중소기업과 직접 계약을 하려면 정부가 꼼꼼하게 시스템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지금 하는 얘기가 대기업을 참여를 시켜서 SI(시스템통합)업체가 이걸 다 관리했다면 대화창구도 일원화되고 훨씬 관리가 편했을 텐데 중소기업에 관리를 시키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은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고, 그 역할을 민간에 다 떠넘기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만약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이 논리가 맞다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같은 걸 둘 필요가 없다”며 “그냥 대기업한테 컨트롤타워를 다 맡기면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국회 ICT융합포럼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시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성과와 향후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조문증 경상국립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 품질을 놓고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논의가 진행되서는 안된다. 소프트웨어 역량과 기업 규모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발주기관 역량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발주자들 역량은 개선은 됐지만 사업을 개발하고 기획하는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전자정부 사업도 나온 게 없다”며 “기획과 관리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 참여 제한제와 관련해 시장이 왜곡된 원인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플레이어들 책임 및 갈등만 갈등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근본 문제는 공공 시장의 열악한 예산, 부적절한 사업 수행 구조”라고 짚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