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원의 저서인 ‘윤미향과 나비의 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30년 투쟁의 기록과 꺾이지 않은 마음으로 지켜온 윤 의원의 꿈이 담겨 있다.
이날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는 윤 의원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윤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난 3년 7개월 동안 더 넓고 단단해진 윤미향의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모두 다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 의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인이 되는 꿈을 꿀 정도로 글 쓰기를 좋아해 일기를 매일 써왔지만, 1993년 9월 남편이 안기부에 체포됐을 당시 함께 압수수색된 자신의 일기장이 간첩조작에 악용된 걸 보면서 일기 쓰기를 중단한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 정대협에서 활동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와 연대 소식, 후원자 소식 등을 직접 일일이 써서 메일로 보냈다는 윤 의원은 “저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날에 걸쳐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출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의원은 저서 ‘윤미향과 나비의 꿈’에 대해 “30년 정대협 활동의 정말 일부 기록”이라며 “숨만 쉬어도 혐오적인 제목으로 기사가 되어서 움츠려 있던 저에게 ‘윤미향 애썼다’, ‘끔찍한 표현으로 기사가 나와도 마음에 새기지 말라’, 그리고 ‘할머니들과 한 약속, 베트남 성폭력 피해자 등과 한 약속만 생각하면서 계속 걸어가라’ 그렇게 윤미향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글쓰기였다”고 소개했다.
또한 “지난 30년 동안 할머니들과 정대협 이사들, 소중한 활동가들,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의 울분과 희망으로 만든 운동의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온실 속의 식물처럼 고이 써온 역사가 아닌 거친 아스팔트 길 위에서 뜨거운 태양과 눈보라, 멸시와 혐오를 다 겪으면서 만들어온 역사이기에 더욱 강하고 그 어떤 것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정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할머니와 정대협만 담은 게 아니라 윤미향의 이야기도 많이 담았다”며 “지금의 윤미향을 가능하게 해준 어린시절과 부모님의 사랑, 형제들의 이야기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윤 의원은 “언론보도와 검찰의 기소, 재판 과정을 통해 왜곡된 저는 전국 구석구석에서 정말 유명한 사람이 됐다. 하지만 그런 왜곡된 저의 모습이 아닌, 활동가로서 제 모습이 아닌, 제 진심과 우리 활동가들의 헌신을 전하고 싶었다”며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윤미향에게 끌려다니면서 기부하고 활동했다는 너무나 아픈 가해행위를 당했던 피해자들의 정말 눈물 겹도록 고귀했고 주체적이었던 운동을 다시 일으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제 진심을 이해해주시고 책을 읽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윤 의원은 “그런 진심이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해져서 ‘윤미향 앵벌이’라며 저를 기피하는 주변인들, 동료들, 그리고 고인이 되신 우리 손영미 소장님을 비롯해 저와 함께 한 활동가들이 다시 희망을 만들고 날갯짓을 넓게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함께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의원은 손 소장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윤 의원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대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현장에서 윤 의원과 대담을 나눴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는 등 검찰과 각을 세운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전범국가 일본이 우리 ‘위안부’ 어머니들에게 가한 건 국가폭력이다. 그 국가폭력을 풀어주기 위해서 젊음과 모든 것을 바친 윤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오히려 사법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며 “그런데 1심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할 때 윤 의원이 제일 먼저 뛸 듯이 기뻐한 게 ‘위안부’ 할머니 중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가 아니라 주체적인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기부 행위를 하고 평화운동가로서 활동을 했다는 게 화인된 순간이라고 하더라. 그 자체가 ‘내가 헛되게 운동을 하지 않았구나, 너무 위로가 됐고 보람 찼다’고 서술하는 걸 보고 저는 정말 윤 의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추 전 장관은 “‘위안부’ 어머니들이 한 200명 넘게 계시다가 현재 겨우 9명이 남아 계신다고 한다. 그래서 피해자가 없는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제도 구축에 국회가 도움되면 들어가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윤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에 욕심도 없었는데 연락을 받고 출마를 결단하게 된 것”이라며 “그 연대의 고리를 민주당이 약속해놓고 출당 조치를 했다. 그것도 본질적인 문제로 한 게 아니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했던 사건인 부동산 투기 의혹에 힘을 실으며 윤 의원을 민주당에서 내쫓은 거다. 이건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나아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정치는 하면 안 된다. 윤 의원처럼 인류 평화를 위해 활동했던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역사에 제대로 기록하고, 인류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운동으로, 제도로 승화시키겠다는 비전을 가진 분들이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도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분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국회는 법이 없어도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법이 없으면,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어떤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해왔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과 뜻을 모으는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든, 어떤 방법에서든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북콘서트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양정숙 의원 등 동료의원들뿐만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 한국진보연대 함충목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의 딸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준석 군의 어머니도 직접 참석해 윤 의원을 응원했다.
직접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영상을 통해 ‘윤미향과 나비의 꿈’ 출간을 축하하며 윤 의원의 활동을 응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의원은 오랜 시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윤 의원의 그동안 노력을 저도 현장에서 오랜 기간 함께 지켜봤다”며 “‘윤미향과 나비의 꿈’ 책이 ‘위안부’ 문제에 보다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축하영상을 통해 “윤 의원이 정대협 핵심 활동가로 활동할 때부터 윤 의원을 존경해왔다”며 “윤 의원의 활동과 투쟁이 있었기에 전세계 성폭력 피해자가 알려졌고 개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책의 맨 앞부분을 보면 지난 시간 윤 의원이 검찰과 언론에 의해서 어떠한 마녀사냥을 당했는지 생생히 기록돼 있다”며 “저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울컥했다. 동변상련의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윤 의원이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그 와중에 훌륭한 의정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많이 성원해주시고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외 우원식·윤호중·윤건영 등 여러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이 축하영상을 보냈다. 변영주 영화감독, 권해효 영화배우 등도 직접 축하 메시지를 영상으로 보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