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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홍의 원전 없는 나라] 환경상 받은 월성핵발전소

초등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만 해도 땜방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땜장이 아저씨가 마을에 찾아오면 아주머니들이 깨어진 솥이나 양은 냄비 수리를 부탁하던 기억이 난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이라 함부로 버리는 법이 없었고 금이 가고 구멍 난 곳은 땜장이가 오기를 기다려 고쳐서 섰다. 땜장이가 깨진 냄비를 때우듯 핵발전소에 생긴 구멍도 쉽게 때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리산에 둘러싸인 실상사 경내에서 ‘제4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이 11월 18일과 19일 양일간 개최됐다. 올해의 수상자들에게 직접 박수를 전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에 첫눈도 맞이했다. 2003년 새만금 개발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등 종교인들이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오체투지를 했다. 그 뜻을 기려 (사)세상과함께에서 마련한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은 총상금만 2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민간 환경상이다. 묵묵히 생명•평화의 가치를 실천해 온 환경운동가를 찾아 응원하고 있다.

올해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수상자들. 왼쪽에서 일곱번째 해바라기 꽃다발을 든 이가 이희택 박사. ⓒ필자 제공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월성핵발전소 오염수 누출을 증언한 이희택 박사

올해 환경상 수상자에 이희택 박사가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37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희택 박사가 올해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오염수 누설을 세상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환경상 심사 결정문에 “공익제보자, 내부고발자로서 역할을 자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희택 박사는 진실을 밝히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희택 박사는 지난 10월 19일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국정감사를 받는 날이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사실과 어긋나는 진술을 하면 위증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희택 박사에 따르면 오염수 누설을 처음 확인한 시점은 2018년 8월이고, 당시 월성핵발전소 정기검사 지적 사항으로 제출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살되어 왔다는 증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1년 3월 뒤늦게 조사단을 구성해 월성핵발전소를 조사하고 있다. 필자는 조사단의 활동을 옆에서 쭉 지켜보았고 오염수가 누설되는 현장에도 여러 차례 입회했다. 특히, 이희택 박사가 문제 삼고 있는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SFB)’는 바닥이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었다.

SFB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콘크리트는 방수가 안 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의 ‘에폭시’를 겹겹이 발라서 오염수 누설을 차단하고 있었다. 건물 옥상 또는 지하 주차장에 바르는 녹색 페인트가 에폭시다.

일반 건물도 보통 3년 주기로 에폭시를 덧칠해서 보수를 하지만, 월성핵발전소 SFB 바닥은 수십 년간 에폭시 덧칠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어서 바닥은 보수가 불가능했다. SFB 바닥이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 당연함이 큰 위험을 부르고 있다.

월성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SFB) 바닥 에폭시가 갈라지고 깨어져 있음 ⓒ필자 제공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월성핵발전소 SFB 바닥 에폭시

다른 핵발전소는 어떤가 하고 살펴봤더니 SFB 내부를 싱크대처럼 스테인리스로 마감 처리했다. 월성핵발전소만 에폭시를 발라서 이 사달을 만든 것이다. 수십 년 방치된 에폭시의 갈라진 틈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누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땜장이가 양은 냄비를 땜방하듯 월성핵발전소의 갈라진 틈도 손쉽게 땜방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SFB의 땜방은 불가능하다.

민간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에폭시를 걷어내고 스테인리스로 마감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그럴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에폭시 등급 평가 기준을 스스로 마련하여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에폭시 바닥도 ‘안전’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듯하다.

조만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핵발전소 조사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갈라지고 깨어진 SFB 바닥의 에폭시와 오염수 누설이 어떻게 기술되어 있을지 기대된다. 10년 후에 살펴봐도 부끄럽지 않을 최종 보고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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