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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산망 마비 원인 찾았다는데, 대책은 충분한가

정부가 최근 이어진 행정전산망 장애의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에 따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최초 장애 발생부터 1주일이 더 지나서다. 정부는 사태 초기엔 트래픽을 분배해주는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의 오류를 원인으로 추정했는데, 이조차 바뀌었다.

라우터나 L4스위치나 모두 전산망 구축에서 기본이 되는 장비다. 정부가 처음엔 L4스위치의 문제를 지적했다가 라우터 불량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이번 발표가 '최종'이 될 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설명 자체가 부실하다. 정부가 처음 L4스위치를 지목한 것은 사고 전날 L4장비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었다. L4 장비를 교체했더니 문제가 해결되었고, 그래서 장애 원인으로 지목했던 셈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자 이번엔 라우터 장비를 주목했고, 이를 교체하니 정상화되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장비를 하나씩 교체하면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전산망을 구성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모두 잠재적 장애 발생 가능성을 안고 있다. 노후 장비가 아니라고 해서, '육안'으로 봐서 별문제가 없다고 해서 가능성이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이중화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는 게 상식이다. 정부가 그동안 이런 조치를 충분히 했다면 L4 스위치건 라우터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장비의 교체나 제조자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이미 완료했다고 자신해 온 비상계획에서 허점은 없는지, 민간을 포함해 다양한 사고 경험에 대한 종합은 잘 이루어져 왔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현 정부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플랫폼 수준의 사고에 대해서 충분한 대책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정부 전산 시스템 개발과 운영에 대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며,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건 결국 정부 조직의 몫이다. 지금처럼 제3자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는 의미다. 관련 예산과 인력은 충분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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