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이번엔 ‘청년 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무주택 청년이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에 가입하면 청약 당첨시 집값의 80%까지 연 2%대 금리로 ‘청년주택드림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주택가격 안정화 없이 대출만 늘려 주는 건 정부가 나서 집값을 떠받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당정협의 결과에 따라 1년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에 가입하면 2%대의 저리대출을 생애 3단계에 걸쳐 추가 우대하는 ‘청년 내집 마련 1·2·3’ 주거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은 현행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비해 가입 대상 범위, 저축 이자, 납입 한도 등이 늘어난다.
우선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가입 요건이 연 소득 3,50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늘어난다. 제공되는 금리는 4.5%로 상향된다. 납부 최대한도도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린다.
청년전용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 후 주택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의 80%까지 연 2%대 고정금리로 청년주택드림대출(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결혼·출산·다자녀 등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5%까지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결혼은 0.1%p, 출산은 자녀 1명당 0.2%p, 다자녀 0.2%p씩 금리가 인하되는 식이다.
다만 청약 당첨 당시 나이가 만 39세 이하여야 한다. 미혼일 경우 연 소득 7천만원 이하, 기혼이면 1억원 이하(부부 합산)여야 한다. 또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정부는 청년주택드림대출을 통해 청년층의 자산형성과 내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청년층의 주거불안은 자산 격차뿐 아니라 결혼·출산 기피로까지 이어지는 국가적 명운이 달린 문제”라며 “상대적으로 자산형성 기회가 부족한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약 제도와 대출 상품을 연계해 희망을 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빚내서 집 사라’?... 정부가 나서 집값 떠받치는 꼴”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선후관계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무턱대고 대출을 늘려줄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담을 낮춰주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높은 분양가를 그대로 두고 대출을 풀어 주는 건 ‘빚내서 집 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을 먼저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정부가 공공주택을 확충해 분양가를 낮춰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안정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도 “윤석열 정부는 자꾸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런 정책은 맞지 않는다”며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청년들에게 부담이 없는 게 아니다. 매달 수백만원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김 변호사는 “젊은 중산층들이 소득의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면, 이후 소비 측면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줄어든 소비로 인해 경제가 장기불황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쉽게 대출을 해주는 정책보단 청년들이 부담 가능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집값 2차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청년 대출을 확대해 집값을 떠받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미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만기 대출 등 통해 집값을 떠받친 바 있다”면서 “그런데도 또 대출을 해준다는 건 최근 다시 집값 하락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엔 청년 대출로 집값을 떠받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집값 대세하락이 지속하자, 올해 1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한 바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봉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었다. 또 올해 7월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50년짜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담대’ 등 정책금융상품의 부작용으로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다시 대출을 조였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대출을 풀어주는 게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부양 정책이 됐다”면서 “올해 상반기 더 내려갔어야 할 집값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해 오히려 빠르게 올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번 청년 대출 확대도 마찬가지다. 최근 집값이 다시 떨어질 조짐이 보이니까 정부가 청년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나서 집값 떠받치는 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