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국민연금은 석탄 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기금 투자 제한 전략 도입 방안’을 심의·의결하고 탈석탄을 선언했다.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2016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금융이 개념화하고, 각국 공적연금의 기후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공적, 민간 금융기관도 기후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따라 우리 국민연금도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7일 국회에서 관련 추진 상황을 묻는 질의에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 2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당장에 석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단할 계획도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 등 25개 NGO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CEL)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은 2021년 11월 기준 총 15조4,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6,700억원 증가했다. 국민연금보다 석탄 투자를 많이 한 연기금은 일본 공적연금(GPIF)과 네덜란드 국부펀드 등 두 곳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네덜란드 공적연금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석탄 관련 매출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하는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이미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11개 기후단체가 지난 5월 국민연금 탈석탄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와 기후솔루션은 6월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로 인한 대기오염 및 국민 건강 피해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한국이 지출한 비용은 총 약 12조 9,000억 원에 달하고 이중 약 1조 4,000억 원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경제적 손실을 포함해 천식 및 미숙아 출생 등 건강 피해 영향도 담겼다. 구체적 피해와 손실이 확인되고 있는데 더 이상 투자 제한 조치를 미룰 수 없다.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하지만 그조차 빈말에 그치고 있다. 이미 투자 제한 기준에 대한 연구용역도 완료된 상태다. 의지를 가지고 시행하면 된다. 말로는 위기라고 크게 떠들고 대응은 포기한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