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조경태 뉴시티프로젝트 특위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뉴시티가 답이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8. ⓒ뉴스1
“메가시티 여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 이 메가시티, 뉴시티를 반대하면 매국 행위다!”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세미나’에서 “김포가 쏘아 올린 메가시티, 정말 멋지지 않나?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또 책임질 거라고 확신하는 아젠다가 메가시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 있게 메가시티 추진에 반대하면 “매국행위”라고 했지만, 이날 세미나 2부 순서 토론에 참석한 김종구 부산대학교 교수는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으로 바뀌면서 기대를 모았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무산돼 “좌절”했다고 탄식했다. 다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메가시티 정책을 추진할 때 같은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나온 얘기지만, 우선되어야 할 지역의 사업을 무산시킨 지 얼마 안 되어서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김포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의도를 의심케 했다.
조경태 “메가시티는 제2의 새마을운동...반대하면 매국” 그런데, 지자체장 바뀌면서 중단된 부·울·경 메가시티 부산대 교수 “좌절”, 목포대 교수 “영남 얘기만 하는데 호남은 더 심각”
이날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의 세미나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3층 강당에서 열렸다. 국민의힘은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개회식만 생중계했다. 국민의힘이 생중계하지 않은 2부 세미나에서는 뉴시티 개념 등을 설명하는 발제와 이상직 호서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양승주 목포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 특위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뉴시티가 답이다!'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11.28. ⓒ뉴스1
개회식에서 조 위원장은 메가시티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며 “확신한다. 국가균형발전과 저출산의 가장 큰 특효약은, 가장 큰 해법은 이 메가시티에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가시티에 반대하면 “매국”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일본은 메가시티를 넘어 메가시티와 메가시티를 연결하는 ‘슈퍼메가리전’으로 가고 있다”며,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회식부터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의 비협조로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를 연상케 하는 발언이 나왔다.
‘성공적인 메가시티를 바라는 시민 대표’로 나온 강 모 씨는 경남에서 살면서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부산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역이 서면인데, 서면에 퇴근 시간에 가보면 서울 변두리 지역보다 유동 인구가 적다. 경남 도청 소재지인 창원도 매한가지다. 1960~1970년대만 해도 부산이 차지하는 GDP가 이십몇 프로까지 갔었는데, 지금 부산의 GDP 비중은 5% 내외로 알고 있다”라며 “김포, 구리 이런 소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키는 것 우선해서, 지역의 메가시티가 더 급하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메가시티도 좋지만,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가 더 시급하지 않으냐는 취지로 들리기 충분했다.
세미나 2부 토론 순서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다가 좌절을 겪은 사람으로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뉴시티에 대해 많은 생각이 있지만, 부울경 메가시티에 한정해서 말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대를 모았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무산되면서 큰 “좌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부·울·경 메가시티는 2018년부터 부산·울산·경남 각계각층과 지자체·의회가 힘을 합쳐 어렵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난해 4월 18일 행정안전부 승인까지 받아내면서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후 갑자기 중단됐다. 김 교수는 “작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울산, 경남 단체장이 선출됐다”며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지자체의 태도가 달라진 시기를 짚었다. 그는 지자체장들이 바뀐 후 “진주가 소외되어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 등으로 부·울·경 메가시티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6월 1일 이루어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민주당 김경수 지사직 박탈)와 울산시장(민주당 송철호 재선실패)은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부산은 민주당 오거돈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이미 국민의힘 후보인 박형준 시장이 당선된 상황이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했던 의회도 국민의힘 다수로 바뀌었다. 즉 국민의힘이 지자체 선거에서 모두 이기고, 지방의회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한 뒤, 부·울·경 메가시티가 중단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실패담을 전하며 “앞으로 추진할 때 이런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가시티를 하더라도 우선되어야 하는 지역이 있다는 취지로 보이는 발언도 나왔다. 토론에서 양승주 목포대 교수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 대한민국 인구 추정치 및 수도권·호남·영남·강원도 각각의 인구 추정치와 현재를 비교하면, 유출 없이 자연증가했다고 가정했을 때 “호남은 1221만명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500만명으로 721만명이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남지방 인구감소로 고민이라고 하는데, 그럼 전라도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영남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메가시티를 추진해야 한다지만, 호남은 훨씬 심각하다고 짚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