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하마스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됐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을 휩쓴 하마스와 기뻐하는 군중.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독립운동 세력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이 국경을 넘고 이스라엘의 영토에 들어가 감행한 공격이었다. 이후 이스라엘은 계속된 폭격과 지상전으로 하마스를 완전히 뿌리 뽑고, 10월 7일 잡혀간 이스라엘인을 구출하겠다고 공언했고, 미국도 이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런데 하마스는 2006년 열린 팔레스타인 마지막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둬 미국의 2국가 정책을 지지하는 온건파 파타당을 40년만에 꺾고 민주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세력이다. 이후 파타당이 총선 결과에 불복하고 서안지구의 통치권을 하마스에 넘겨주지 않았고, 하마스는 가자지구만 통치해 왔다. 그런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알자지라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It is time the US considers Hamas’s survival in Gaza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4일 간의 휴전 중 3일이 지났다. 합의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휴전 연장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월요일까지 이스라엘 여성과 아이 50명,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가 150명이 교환될 것으로 예정되며 중재자들은 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며칠 더 지속될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휴전 조건이 카타르의 최근 제안과 매우 흡사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가한 군사적 압력 덕분에 휴전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무력으로 포로를 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도 말이다.

이스라엘은 포로 교환 조건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하마스와 협상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고, 말 그대로 지하로 숨어버린 하마스를 근절하는 데 진전이 없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오히려 가자시티의 대부분과 하마스 정부 기관을 파괴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찾아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스라엘이 수만 명의 피난민과 부상자가 있는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을 탱크로 포위하고 공습했지만 이스라엘의 주장과는 달리 하마스의 지휘본부가 그곳에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알시파 병원 작전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만 키웠다.

이제 미국이 이런 현실을 인정할 때다. 바이든 정권은 ‘하마스 근절’에 대한 비현실적인 이스라엘의 수사를 포기하고 하마스가 살아남는 상황을 고려한 보다 달성 가능한 정치적 해결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늘어나는 사망자, 이스라엘에 등 돌리는 세계와 미국의 국내 여론

이스라엘의 임무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는 피비린내 나는 희생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공언하며 공습과 지상 공격을 자행했지만,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전사의 매복이나 거의 매일 이스라엘 도시를 향해 발사되는 로켓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제 7주 차에 접어든 전쟁은 6,100여 명의 아이를 포함해 1만4,8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팔레스타인의 주거 지역과 난민 캠프를 초토화했으며, 포위 지역에서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지상 침공과 대규모 폭격 작전이 하마스의 진지를 약화시켜 하마스가 밀집된 지역에서 도시전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언론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이 하마스의 전투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인내심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월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지도자 중 처음으로 휴전을 촉구했다. 이틀 후에는 스페인과 벨기에 총리가 이스라엘의 ‘무고한 민간인 무차별 살해’와 ‘가자지구 사회의 파괴’를 비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지위를 일방적으로 인정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바이든 정권은 이스라엘의 편에 서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영구적인 휴전을 지지하는 쪽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고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시애틀 등의 여러 대도시에서는 이런 요구를 반영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국민의 32%만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과 이스라엘이 그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해 바이든의 지지율이 이미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중의 압력은 미국이 포로 교환을 추진하고 이스라엘이 이를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가족의 반발에 직면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보안당국과 군으로부터도 인질 교환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갈란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의 전시 내각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의 압력 때문에 이것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으로 이스라엘 경제가 이미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스라엘 경제는 하루에 2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전투 때문에 항공 여행과 화물 운송이 중단되고, 최근 이스라엘 연계 선박이 나포되면서 해상 운송까지 위협받고 있어 2024년에는 이스라엘 경제가 1.5%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와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난민이 된 수만 명의 이스라엘인과 인질석방을 요구하는 포고 가족도 이스라엘에게 큰 부담이다. 진행 중인 휴전은 총을 쏘지 않고도 포로로 잡힌 이스라엘인을 쉽게 구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전쟁에 찬성했던 이스라엘 여론을 휴전 지지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몇몇 이스라엘 전문가는 이미 휴전 연장을 선호하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협상을 계속 진행하면 이스라엘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포로와 군인 모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 침공이 시작된 이후 70명의 군인이 사망했음을 인정했다).

종전으로 가는 길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지닌 다른 문제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최종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박멸’하겠다는 목표 외에도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추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 국가의 압력 때문에 이 아이디어와 가자지구에 대한 ‘무기한 안보 책임’을 지겠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빨리 밝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안지구 라말라에 기반을 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게 가자지구 통제권을 주려는 미국의 대안은 이스라엘과 2006년 선거 대승리로 팔레스타인을 통치하게 된 하마스 모두에 의해 전면적으로 거부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재점령하지 않는 한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권력 브로커로 하마스가 남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하마스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고려한 어떤 정책도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다. 이런 고의적인 맹목은 하마스의 ‘박멸’을 전제로 한 ‘해결책’을 계속 제시하는 전문가들 또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배 기억이 아직 생생한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자생적 저항 운동을 근절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협상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현재의 인질 교환 협상의 사례를 기반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한 카타르와 이집트와 협력하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이후 계속 유지해 온 ‘우리 편이 아니면 적’ 식의 수사를 넘어 장기적인 휴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망명 중인 하마스의 정치 지도부를 통해 중개돼야 한다. 이에 대한 선례가 있다. 2012년 12월 이스라엘은 그해 8일간의 전쟁 이후 협상된 휴전의 일환으로 당시 하마스의 수장이었던 칼레드 메샬의 가자지구 귀환을 허용한 바 있다. 현재 망명 중인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10월 7일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자지구의 야흐야 신와르의 입장을 중재할 수 있을지 여부는 하니예가 국제적으로 구호 및 재건 자금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자지구 포위 공격과 점령지 서안지구 및 동예루살렘의 불법 정착민 폭력 지원 등 이스라엘의 극단적인 정책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이다. 긴장 완화가 이뤄지면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의 재건과 개발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10월 7일 공격을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인 팔레스타인의 절망적인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평화 정착이 가능해지려면 민간인 학살을 용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면, 이번 전쟁으로 드러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많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고는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하마스의 장기적인 생존을 인정하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 회피할 경우의 위험이야말로 더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 있지 않지만, 전 정부 고문이자 바일란 대학교 교수인 메나켐 클라인 등 일부 이스라엘인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클라인은 이스라엘 인질이 처음 석방된 후 한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무력으로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수립을 둘러싼 새로운 협상에 하마스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가자지구 주민이 겪고 있는 끔찍한 고통과 이를 종식해야 한다는 국제적, 국내적 압력이 커지고 있고, 더 광범위한 중동지역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하마스 제거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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