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대책’에 막막한 종이빨대 업체 “환경부는 대출 얘기만”

종이빨대업체·소상공인 단체 등 “더 이상 정부 정책 신뢰할 수 없어, 믿은 게 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등 시민·사회 단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인한 친환경제품 생산 피해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종이빨대 등 친환경제품을 바닥에 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1.29 ⓒ뉴스1

“어제도 (환경부 담장자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물었는데,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콜센터에 전화해서 대출이 가능한지, 이런 확인을 하고 있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아무 방안이 없는 거에요.”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피해를 본 종이빨대 업체 관계자는 29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가 종이컵을 사용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지 3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부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뒤집기’로 피해를 본 업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지만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기만 하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자포자기”라며 “이제 희망도 없어지고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밖에 없다”고 절망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종이빨대 업체들이 구성한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상황을 전하며 “더 이상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와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서울환경연합 등 환경단체와 참여연대 등도 함께했다.

종이빨대 생산 업체인 어메이징페이퍼 진성필 대표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11억원을 투자해 종이빨대를 생산해 왔는데, 정부가 정책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뒤로 공장은 중단하게 됐다”며 “현재 물건 발주는 아예 끊겨서 재고 물량이 천만개가량이다. 저희가 살아갈 수 있게끔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업체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환경부와 가진 두 차례 간담회 모두 뚜렷한 대안 없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열린 2차 간담회에서도 정부는 기존 대출 프로그램만 안내할 뿐이었다. 당초 환경부는 간담회 전까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의 종료 시점을 밝히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말을 바꿨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는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출 프로그램을 들고 와서 설명했다”며 “계도기간 종료 시점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간담회 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는데 2차 간담회 때는 절망밖에 없었다. 2차 간담회에서는 (1차 간담회 당시 협의회가 요구했던) 재고 소진이나 판로 개척 등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대출 프로그램 설명이 전부였기 때문”이라며 “거기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더 원한다는 설명을 해서 저희가 많이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3차 간담회는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가 요구한 재고 소진, 판로 개척 등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지 3차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하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다”고 황당해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국회의원들도 정부의 태도에 분노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정책 후퇴에 대해) 물으니 ‘국민이 불편해서’라고 답했다. 도대체 환경부 장관이 할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며 “수년 동안 준비해 온 일회용품 규제를 하루아침에 취소해 버린다면, 국민이 불편해하니 환경부도 없앨 건가”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그동안 환경을 지키겠다고 앞장선 기업에 죽으라는 정부를 도대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한 달 정도 기회를 줄 테니 다시 정책을 바꿔서 내년 1월 1일부터는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부 폐지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이수진(비례) 의원도 “환경부는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분명하게 정해서 말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런 책임도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중기부와 금융지원을 한다는데 지금도 빚 때문에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더 빚을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잘못은 정부가 야기해 놓고, 왜 그 책임은 소상공인이 져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단체 관계자도 “귀찮고 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기꺼이 미래세대를 위해 친환경 정책에 협조하고 이를 대비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노력의 대가가 일방적인 환경 정책 후퇴로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정의로운 전환을 앞두고 많은 소상공인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할 환경부가 이런 환경 후퇴 정책을 펼쳤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를 향해 ▲종이컵 규제 제외 철회 ▲플라스틱 빨대·비닐봉투 계도기간의 정확한 종료 시점 및 처벌 규정 발표 ▲긴급 특례 운영자금 지원과 실질적 보상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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