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권력과 처가 재력이 얽히고설켰다...이정섭 검사 탄핵 기로에

이정섭 검사 (자료사진) ⓒ뉴시스

탄핵 기로에 선 검사가 또 있다. 그 중 한 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이던 시절 ’특수라인’으로 함께 일한 이정섭 검사(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이다. 그가 받고 있는 비위 의혹은 한 두개가 아니다. 검찰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이 검사에 대한 수사에 뒤늦게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검찰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검사라면 더욱 책임이 무겁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 탄핵소추안을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보고하고, 다음 날인 12월 1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방침을 세웠다.

탄핵소추안에 담긴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은 “완전히 무법천지”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을 실감케 한다. 현직 검사가 자신의 지위를 어떻게 악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비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과 증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지난 20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사건을 제보하신 분이 굉장히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력가 처가와 민원 해결사 검사의 관계는?


이 검사가 받고 있는 비위 의혹은 크게 5가지다. 그 중 이 검사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는 건 자녀 위장전입 의혹이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8년 8월과 2021년 4월 본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도곡동의 한 아파트에 2회에 걸쳐 위장으로 전입신고를 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이용하는 등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했다. 이후 이 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장전입 문제는 현재 해소됐고, 딸의 진학 문제 때문에 생긴 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위장전입 문제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이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것이다. 부인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사를 한다면 증거를 찾기가 비교적 쉬운 사안이다. 이 검사가 받고 있는 비위 의혹 중에서 가장 가벼운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이외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 검사가 받고 있는 나머지 비위 의혹은 모두 이 검사의 처가와 엮여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검사의 처가는 용인 지역에서 유명한 골프장(용인cc)을 운영하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제기된 비위 의혹을 종합해보면, 이 검사와 처가는 각자의 권력과 재력을 남용해 서로 도운 것으로 추정된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검사의 경우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수시로 자신의 동료나 선후배 검사들에 대해 특혜성 예약과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해 공무원인 검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도 지난 20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혹도 제대로 수사만 한다면 진실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골프장에 기록이 돼있다”며 “그 골프장에 있는 컴퓨터는 골프장 사장(이 검사의 처남 조 모 씨)이 직접 예약시스템을 관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고 그 기록을 읽어낸다면 골프장을 이용한 다른 검사들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 검사는 처가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검사는 검사 신분을 남용해 자신의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 종사자나 처가 측 자택에서 근무하는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등 범죄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에 대해 지명수배 여부나 범죄기록 등 수사기록 및 전과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그 자료를 제공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은 이미 많이 공개됐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와 처남 조 씨, 그리고 이 검사의 배우자와 조 씨의 배우자가 각각 주고받은 SNS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직접 의혹을 제기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는 이 검사의 처남인 조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 검사에게 “형, 이 사람 수배자나 전과 있는지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라고 묻는 내용도 들어 있다.

조 씨의 배우자인 강미정 씨도 지난 2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검사의 범죄기록 불법조회 의혹에 관해 직접 증언했다. 강 씨는 “둘째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어렵게 가사도우미를 모시게 됐는데, 2020년쯤 이 검사의 부인이 급하다고 연락 와서는 그 가사도우미가 전과 3범이라고 알려줬다”며 “제가 ‘무슨 전과인지도 모르는데 어떡하느냐’고 되물으니, ‘폭력이나 살인은 아니고 사기나 절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냥 집에 있는 물건을 조심하고 행동을 잘 살펴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개인 신상을 알아볼 수 있는 권한은 주변에 다른 분들에겐 없다”며 이 검사가 범죄기록을 불법적으로 조회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형실효법 위반 등 혐의로 이 검사를 고발하면서 관련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검사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도 대검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서버를 열람해 이 검사가 불법 전과조회를 했다고 지목된 인물들의 범죄경력을 검색·조회한 로그 기록을 역추적한 결과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검사는 처남 조 씨의 ‘대마 흡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검찰이 마약 수사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검사 친인척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검사와 처가의 입장에선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검사의 처남 조 씨는 2019년 배우자 강 씨에게 ‘다시는 대마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할 정도로 반복해 대마를 흡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6일에도 조 씨가 자택에서 대마를 흡입한 것 같다며 강 씨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수사는 여러모로 석연치 않게 진행됐다. 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혐의자인 조 씨에 대해 소변검사 등 간이검사조차 하지 않고 현장에서 그냥 철수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조 씨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과 경찰 윗선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전화를 잇따라 받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강 씨는 다음 날인 2월 7일 직접 수서경찰서를 찾아 남편 조씨의 대마 흡입 혐의로 직접 신고했다. 그 증거로 조 씨의 모발, 파이프 등을 제공했지만 경찰은 이를 확보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조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5차례나 바뀌기도 했다. 모두 이례적인 일이었다.

경찰은 5월 말에야 조 씨를 불러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제출받았다. 하지만 최초 신고로부터 무려 3개월의 시간이 지난 시점으로, 대마 흡입과 관련한 증거는 얼마든지 인멸이 가능한 기간이었다. 통상적으로 마약 수사 시 경찰은 마약투약자로 의심이 되는 경우 모발 등을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거부를 하면 영장을 받아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 수집도 제때 하지 않았고 영장도 신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 씨가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있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강 씨가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2월 7일 피고발인(조 씨)은 머리와 눈썹을 모두 탈색한 채로 귀가했다”, “피고발인은 마약 투약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를 숨기기 위해 체모에 대한 탈색을 시도하는 등 끊임없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부디 신속하게 수사해 무엇보다 고발인과 어린 자녀들의 안전을 지켜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결국 올해 6월 조 씨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김 의원은 “명백하게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 이 검사가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민주당은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통상적인 마약수사 절차와 매우 동떨어지게 이 사건은 진행됐는데, 2월 6일 이 검사의 아내가 경찰이 출동한 와중에 현장에 나타났고 경찰이 누군가와 통화를 한 후 제대로 된 마약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에 이 검사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강한 의혹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강 씨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다. 강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남편의 변호인이 항고이유서에 ‘가족으로부터 마침 전화가 와서 영장 없이는 임의동행, 임의제출, 간이시약검사 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더라”라며 “(가족 중에) 법조인은 이 검사 한 분”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와 임오경 원내대변인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8. ⓒ뉴시스


이 검사와 재벌 대기업의 유착관계?


이 검사와 재벌 대기업간의 유착 의혹도 불거졌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12월 24일 강원도 춘천시 강촌의 한 스키장 리조트에서 이 검사와 그의 가족들, 처남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한 대기업 부회장이 만찬을 나눈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정검사 도중 당시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해 이 검사도 이를 부인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김 의원은 “그 자리의 호스트는 우리나라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들어가는 굴지 재벌기업의 부회장”이라며 “이 검사 자신이 수사했던 그룹의 핵심 인물로부터 대접을 받는 게 적절한 관계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인 미만 집합 금지라는 당시 정부 방침을 어겨 방역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검사가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느냐의 여부다. 당시 이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일하며 속칭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 검사는 인터넷언론 뉴스버스를 통해 해당 대기업을 자신이 수사한 적이 없으며, 만찬에 참석했던 대기업 부회장은 배우자와 원래 친분이 두터운데 우연히 만나 인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비용 부담 등 이런 건 당연히 우리가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만찬 자리에 참석했던 강 씨의 증언 내용은 다르다. 당시 리조트는 크리스마스 이브라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로비에서 만찬 자리에 함께 했던 그 대기업 부회장의 이름만 대고 들어가 리조트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누렸다고 강 씨는 주장했다.

강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대기업 부회장이) 그곳에 우연히 들릴 수 없는 구조였다. 따로 공을 들여 찾아가야 하는 장소”라며 우연히 만난 자리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그는 “가족들과 숙박과 식사를 했지만 따로 비용을 결제하는 것은 못봤다”며 “(대기업 부회장과의 식사 후에도) 일단 저희 남편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고, 이 검사도 그냥 ‘잘먹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접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자리에 늘 제가 함께 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말에 따르면 재벌 부회장의 이름으로 모든 식당과 숙박이 예약이 돼 있었다는 게 아닌가. 그러면 이 검사의 주장대로 자기가 알아서 갔고 재벌 부회장은 그냥 우연히 만났다는 건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 의원은 “이 검사의 주장은 공정거래조사부 내에서 그 재벌을 내가 담당하지 않았다는 건데,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라며 “이 검사는 제가 제기했던 의혹을 넘어서서 실제로 그 재벌의 오너들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다른 정황에서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당일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았을 뿐만 아니라, 검사와 대기업 간 유착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한 것이다.

‘김학의 무죄’의 주역?


이 밖에 이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판에서 증인을 사전면담해 결과적으로 김 전 차관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도 탄핵 사유로 거론됐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9년 6월경 김 전 차관이 뇌물 혐의로 기소된 후 공소유지 검사로서 역할을 담당했고, 2021년 1월경 김 전 차관 불법출국 금지 사건에 대한 수사 검사로서의 직무도 겸하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김 전 차관 처벌을 위한 공소유지 검사를 담당하던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위해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하는 것은 ‘이해충돌’ 상황이라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김 전 차관은 뇌물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는데, 그 빌미를 제공한 사람이 이 검사라고 민주당은 지적했다. 이 검사가 해당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2020년 8월경 증인으로 신청한 최 모 씨를 증인신문 전에 미리 면담해 사전접촉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바탕으로 최 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이 검사는 증인 최 씨를 사전접촉하기 전에 증인의 사전접촉이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주지하고 있었다”며 “이 검사는 ‘조국 형사재판’에서도 공소유지 검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조국 사건의 재판장으로 부터 2020년 6월에 2회에 걸쳐 증인에 대한 사전 접촉에 대해 강하게 문제점을 지적받은 상태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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