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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65개국 중 29개국, ‘윤석열 가치외교’의 성적표

29일 새벽 ‘119 대 29’라는 믿기지 않는 격차로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사태는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깊은 불안과 회의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둘러 대국민담화를 냈으나 상처받은 국민의 자존심도, 무기력했던 정부의 기능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았다.

우선, 스스로 범정부적 유치 경쟁을 지휘했다는 윤 대통령에게 상황이 제대로 보고되고 대응을 위한 정부 기능이 작동됐는지 의문이다. 엑스포 유치는 유관 부처와 부산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재벌총수들이 총동원된 사업이었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컨트롤타워로 두고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이 총지휘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정보취합과 분석, 대응전략 등도 대통령실을 정점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정부의 설명에 따른 언론보도는 투표 직전까지 ‘박빙’ ‘역전’ 등이었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과반득표를 막고, 결선투표에서 로마 지지표를 흡수해 대역전극을 쓴다’는 게 주문처럼 온나라를 휘감았다. 그런데 리야드 119, 부산 29, 로마 17이라는 결과는 판세고, 작전이고 무의미한 숫자였다.

국민은 궁금하다. 외교 및 정보 관련 부처에서 일을 어떻게 했기에 ‘어렵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했는가. 아니면 상황을 알면서도 국민을 기망했는가. 이는 정부의 기강과 기능이 정상적인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투표 직전 프랑스까지 날아가 각국 대표에게 만찬을 베풀고 투표 현장엔 총리가 파견됐는데, 유치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로마와 별로 다르지 않다니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가치외교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친서방 일변도의 외교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권위나 서방의 입지가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현실이다. 중국, 러시아와 등지고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중단 결의안에 기권하는 외교로 세계 여러 나라의 호감을 얻기는 어렵다. 겨우 케이팝이나 유명인을 앞세우는 수준 낮은 홍보는 국익이 첨예하게 맞붙는 외교현장에서 당연히 별 힘을 못 쓴다. 사우디에서 석유가 나고 오일머니가 풍족한 것이 백년에 가까운데 이를 패인으로 꼽는 것은 전혀 진단을 못한다는 반증이다. 사태의 핵심은 한국의 외교적 입지와 국격이 현 정부 들어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 정상들과 직접 전화통화도 했다”는데 우리 제외하고 28개국만 지지했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서울과 부산을 두 개 축으로 해서 균형발전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역설한 것도 생뚱맞다. 서울일극화 해소와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헌법에도 나온 국민적 상식이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폐기시킨 것은 정부여당이다. 최근 여당은 총선용으로 서울 편입을 부추기며 메가서울을 띄우고 있다. 왜 국내에선 서울일극화를 가속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굳이 전세계를 누비며 엑스포를 유치해 균형발전을 이루려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세계 10위권이라는 나라가 균형발전 하려면 엑스포를 유치하는 것 외에도 길은 많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사과했지만 사과가 중요하지 않다. 엑스포야 유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표 전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를 전달하다 날벼락 맞는 수준의 국정운영과 전 세계의 비호감으로 전락한 가치외교를 극복하는 일은 시급하다. 이대로라면 엑스포가 아니라 국가역량과 국민의 삶이 모두 망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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