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범 여기 오지 마라” 전두환 유해 파주시 안장 추진에 지역주민 ‘반발’

“역사적 평화적 공간에 전두환 유해가 웬 말이냐”

진보당 파주지역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고양파주지부, 겨레하나 파주지회, 파주노동희망센터, DMZ생물다양성연구소 등 11개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 오후 파주시청 앞에서 ‘전두환 파주 문산읍 장산리 매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독자 제공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의 주범인 고 전두환 씨의 유가족이 전 씨의 유해를 경기 파주시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파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979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씨가 주도한 12.12 군사쿠데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몰이를 하며 전 씨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또다시 일고 있는 상황인 만큼, 유해 안장을 두고도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진보당 파주지역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고양파주지부, 겨레하나 파주지회, 파주노동희망센터, DMZ생물다양성연구소 등 11개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 오후 파주시청 앞에서 ‘전두환 파주 문산읍 장산리 매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전 씨의 유가족이 개성 등 북한 땅이 보이는 장산리의 한 사유지에 전 씨의 유해를 안장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지난 23일 사망 2주기를 맞이한 고인의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현재 서울 연희동 자택에 안치돼 있다. 안장할 장소를 찾지 못한 탓이다. 전 씨는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

전 씨는 숨을 거두기 전인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은 그런 고인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한 뒤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 안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전 씨의 유가족은 장산리에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사유지 매입 등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파주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반대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지역 곳곳에는 ‘전두환 유해가 문산에 웬 말이냐! 장산리 전두환 유해 안장 결사 반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지난 2021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전두환 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7. ⓒ뉴시스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한 자리에 모여 “파주 그 어디에도 학살자 전두환을 편히 잠들게 할 곳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이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파주땅에 묻히고 싶다고 하는 이유는 전두환의 생전 유언이 있어서라고 한다”며 전 씨의 회고록 일부를 언급했다. 전 씨는 회고록에서 “저 반민족적·반역사적·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날이 가까왔음을 느낀다.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두환과 그 유가족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전두환이 문명적이고, 역사적이였으며, 통일을 간절히 바라던 인물이었던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전두환은 1979년 12.12 쿠데타의 명분으로 ‘북한의 남침 위협’을 이유로 삼았고, 뒤 이어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무장진압도 정당화 했다”며 “그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으로 정권의 입지가 좁아지던 1986년 10월 ‘북한 수공설’로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남북대결을 정권유지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우리 파주 시민들은 지난 70여년 동안 분단의 아픔이 극복되고, 남북 화해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뜨겁게 환영해왔다”며 “특히 파주 장산리는 임진강과 북녘땅 개성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각종 평화통일 행사를 열어왔던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장소’로 그 의미가 파주시민들에게 남다른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장산리에 ‘쿠데타’, ‘광주학살’, ‘군부독재’, ‘민중탄압’, ‘남북대결’의 상징인 전두환이 묻힐 자리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들은 “이미 장산리 주민들은 ‘학살범 전두환 여기 오지마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국회의원도 ‘단식을 해서라도 막겠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모든 이들의 마음을 모아 전두환 유골의 파주 장산리 매장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들은 김경일 파주시장을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수도 파주시라는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전두환의 파주매장에 결코 동의해서는 안된다”며 “지금 당장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파주 장산리는 ’평화누리길 8코스’로 평소 많은 시민들이 걷고 쉬는 공간이다. 결코 그 어떤 개인의 것도 아니며 역사적 평화적 공간”이라며 “40만 파주시민과 평화의 땅 장산리를 죽은 전두환으로부터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보당 파주지역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고양파주지부, 겨레하나 파주지회, 파주노동희망센터, DMZ생물다양성연구소 등 11개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 오후 파주시청 앞에서 ‘전두환 파주 문산읍 장산리 매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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