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결국 다툼과 파국으로 끝난 국민의힘의 '혁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당 주류의 희생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공식화했다.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윤 의원들은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등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이달 초에 이미 구두로 권고한 것으로 한 달 가까이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하자,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지도부를 압박한 셈이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그동안 이 문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업무이고, 당 지도부가 거론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속내가 거절임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언론에 나와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한 공언이 허언이 아니면" 자신에게 '칼'을 쥐여 달라는 것이다.

그러자 김 대표는 곧바로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그런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토론의 여지도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은 "인 혁신위원장 뒤에 당 지도부를 흔들어 비대위를 출범시키려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가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인 위원장과 혁신위가 내놓은 아이디어들은 부족하더라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일부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사면' 정도를 제외하면 당 지도부에 의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 위원장 스스로도 '윤석열 대통령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금기를 설정하면서 혁신의 핵심을 비껴갔다. 나아가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다가 머쓱한 꼴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혁신위나 당 지도부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내세우고, 불리한 것은 감춘 셈이다. 이렇게 하는 혁신이 잘 될 까닭이 없다.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함에 따라 혁신위는 '조기 해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언뜻 김 대표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이런 수준의 저열한 '권력 투쟁'이 갖는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현 집권세력의 변화에서 가장 핵심이 될 '윤 대통령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당의 진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 같지도 않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집권여당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