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유동규 무죄 만들기’ 기술, 법원에서 통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30 ⓒ민중의소리

지난 11월 30일 나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실형 선고는 여러 면에서 석연찮은 점이 많다.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정작 그 돈을 줬다고 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한 2021년 4~8월 유동규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천7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액수 중 6억 원을 수수액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액수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이 1억 원,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4천7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남욱 변호사가 1억 원을 반환을 받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이밖에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을 하던 2013년 2월~2014년 4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9천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었는데, 재판에서 이 중 7천만 원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김 전 부원장이 중형을 선고받은 것과 달리 유 전 본부장이 유죄를 피해갈 수 있었던 데엔 검찰의 수사 방향과 유 전 본부장의 공범 관계 특정의 영향이 크다.

우선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건 대장동 일당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다. 이는 상호 작성된 차용증, 하이패스 진출입 내역 등 객관적 물증을 통해 확인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장동 개발 업자인 남 변호사가 사업을 관할하는 위치에 있던 유 전 본부장에게 사후 대가를 제공한 사건에 가깝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 가을께 유 전 본부장이 남욱에게 받은 돈을 “김용에게 줬다”고 진술하기 시작한다. 유 전 본부장이 말하는 전달 시점이 2021년 대선 예비경선 국면이었다는 점, 김 전 원장이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과 맞물려 ‘이재명 선거자금 사건’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마침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한 각종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윗선’으로 지목한 이재명 대표와 개발 비리의 연결고리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던 와중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부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이재명 대표 등이 대장동 민간업자와 유착됐고, 자신의 유착 행위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기 시작했다. 검찰로선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를 대장동 사건과 연결짓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매우 이상한 건 유 전 본부장의 공범 관계다.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원장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에 근거한 사건인 만큼, 유 전 본부장은 자금 출처인 남욱 변호사와 ‘기부 공범’이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김 전 원장과 돈을 받은 ‘수수 공범’으로 특정해 기소했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이 ‘수수 공범’이라면 혐의 특정 시점에 김 전 원장과 정치 활동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그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정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공모 관계도 맞지 않은 엉터리 공소장에 근거해 심리를 하다 보니, 유 전 본부장에 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재판부도 선고를 하면서 이 점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행위는 자금의 원천인 남욱 변호사의 ‘기부’에 가담한 공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 전 부원장의 ‘수수’ 공범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공판 과정에서 검찰의 ‘수수 공범’ 공소장을 ‘기부 공범’으로 변경하는 데 대한 검토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의 판단과 애초 공소장 변경 권고 사실을 종합해보면, 검찰의 공소사실로는 유 전 본부장 혐의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결저적인 하자를 무시한 채 재판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재판부도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공소 기각이 아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수차례 번복된 유동규 진술...재판부는 “신빙성 낮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줬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직·간접 증거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 전 본부장 진술만을 토대로 김 전 부원장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객관적 증거가 상당하다고 언론에 밝혔으나, 정작 재판에서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김 전 부원장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에 대한 검찰과 유 전 본부장의 말도 오락가락했다. 검찰은 최초 공소사실에서 선거자금 수수 시점을 4월 말로 특정했다. 그러나 혐의 관련 시점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을 경우, 방어권 행사가 어려워 심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시점을 특정해달라고 했고, 이에 따라 검찰은 5월 3일로 시점을 정정했다. 그러나 하필 검찰이 변경한 시점은 김 전 부원장이 수원 컨벤션센터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과 만났던 시점과 겹쳤다는 점이 재판에서 확인됐다. 이모 전 진흥원장은 직접 재판에 나와 김 전 원장과 업무 협의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고, 일정이 기재된 휴대전화 달력 화면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곤경에 처한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를 적용해 김 전 부원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김 전 원장이 돈을 받은 물증이 없다면,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6억 원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입증이 이뤄져야 하지만, 정작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이 전혀 확인되지도 않았다.

유 전 본부장 2013~2014년 뇌물 혐의와 관련한 말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애초 유 전 본부장은 작년 검찰 조사에서 남욱 변호사로부터 2천만 원을 받아 각 1천만 원씩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비서실장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정 전 실장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정진상에 준 것은 100% 얘기할 수 있는데 김용은 줬다는 게 80%, 아닌 게 20% 정도다. 김용 아니면 제가 썼을 텐데 김용 사무실에 가서 1천만 원을 여러 차례 전달한 적이 있어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김 전 원장 공판에서는 김 전 원장에게 1천만 원을 준 사실이 확실하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돈을 줬다는 시점에 대해서도 검찰 공소장에 담긴 내용처럼 명절 무렵인지 여부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러한 답변이 이어지자 당황한 검찰은 질문을 정리하겠다며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 지적에 대해 “일부 부정확한 진술이 있으나 범행의 주요 부분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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