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의 주범인 고 전두환 씨의 유가족이 전 씨의 유해를 경기 파주시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해당 지역구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윤후덕(파주시갑)·박정(파주시을) 국회의원과 조성환·이용욱 경기도의원, 박대성·최유각·박은주·목진혁·이혜정·손성익·이정은 파주시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 죄인 전두환 유해의 파주 안장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두환은 대한민국 광주를 피로 물들인 폭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7년 후퇴시킨 독재자,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역사 앞에 광주 앞에 사과 한마디 없었던 자”라며 “그런 자가 무슨 자격으로 파주로 오겠다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군사반란죄·내란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런 범죄자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 주장하면서 골프를 치러 다녔고, 추징금 1천20억원과 체납세금 30억원은 끝내 납부하지 않았다”며 “이번 묏자리가 무려 1천700평에 땅값만 5억1천만원이라는데, 이를 어느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국가에 진 빚부터 갚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들은 “전두환이 생전 회고록을 통해 남긴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는 헛된 꿈은 지금이라도 버리길 바란다”며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꿈을 꾸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과 적대적이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탱크와 장갑차로 권력을 찬탈했던 독재자가 통일을 맞이하고 싶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며 “38선을 넘나드는 철새들이 웃고 지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라도 전두환은 절대 파주에 묻혀서는 안 된다”며 “파주는 전두환을 받아들일 수 없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아낼 것이다. 유족들은 파주를 역사적 죄인의 무덤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 씨의 유가족이 개성 등 북한 땅이 보이는 장산리의 한 사유지에 전 씨의 유해를 안장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지난 23일 사망 2주기를 맞이한 고인의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현재 서울 연희동 자택에 안치돼 있다. 안장할 장소를 찾지 못한 탓이다. 전 씨는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
전 씨는 숨을 거두기 전인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은 그런 고인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한 뒤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 안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전 씨의 유가족은 장산리에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사유지 매입 등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파주지역 주민들도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