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의 정책 수단들을 투사해 주택가격의 일시적 반등을 견인했던 윤석열 정부는 가계부채의 폭증으로 말미암아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 청약통장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거기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도 스톱시키면서 부자감세에 나섰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청년 청약통장, 신생아 특례대출, 부동산 공시가격 동결의 3종 세트로 본격화된 주택시장의 2차 조정에 맞서고 있다.
청년주거대책이라는 미명을 앞세운 윤석열표 청년 청약통장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11월 23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청년 내 집 마련 123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 종합저축’을 확대 개편한 ‘청년전용주택드림 청약통장’에 34세 이하 청년 중 연 소득 5천만원 이하(기존은 연소득 3천500만원 이하)인 청년이 가입을 하고, 이 청약통장을 통해 주택 청약에서 당첨되면 분양가의 80%까지 연 2%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청년주택드림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골자다.
결혼·출산·다자녀 등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 우대금리가 적용돼 최저 1.4%까지 금리가 낮아진다. 또한 당해 통장 가입시 제공되는 금리가 4.5%로 상향되며, 납부 한도 역시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상 주택은 분양가 6억원·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이다. 기존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는 새 청약통장으로 자동 전환되고, 기존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는 모두 인정받는다. 만기가 최장 40년으로 고정·저금리가 적용되는 청년주택드림대출은 2025년 출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만명 안팎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무주택 청년 주거지원 확대 프로그램에 대해 “미래세대가 가장 불안해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응원하고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라며 “내 집 마련의 금융 기회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 청약통장이 무슨 대단한 청년 주거정책이라도 되는 듯 포장하고 있지만 기실 이 대책은 연소득 5천만 원 이하를 버는 34세 청년들을 상대로 ‘장기 저리의 빚을 내게 해주겠으니 어서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감언이설에 불과하다. 점입가경인 것은 국민의 힘이 청년 청약통장의 가입연령 상한을 39세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힘은 34세 이하도 모자라 39세 이하까지 빚더미 위에 앉게 하려는 심산인 듯싶다.
청년 청약통장 이전에 신생아 특례대출이 있다
주목할 건 청년 청약통장 이전에 이미 신생아 특례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청년 청약통장이 청년주거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산 대책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
국토부는 내년에 26조 6000억 원의 신생아 특례구입대출 예산과 7조 6000억 원의 신생아 전월세 특례대출 예산을 각각 마련해 집행할 예정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소득 1억3천만 원 이하 가구가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시중 금리보다 약 1~3%포인트 저렴한 연 1.6%~3.3%의 파격적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소득 1억3천만 원 이하 가구가 수도권 5억 원, 지방 4억 원 이하 보증금 전세를 들어 갈 때 1.1~3.0%의 저리를 적용받게 된다.
특기할 점은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 소득 최상위인 소득 5분위까지 포섭한다는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구입자금이건 전세자금이건 간에 기존의 대출 상품보다 소득, 대상 주택, 대출한도, 소득별 금리 등의 모든 면에서 파격적인 상품이다.
최고의 저출산 대책은 집값이 부담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 건만 윤석열 정부는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빚내서 집을 사라’고 신생아가 있는 부부를 현혹하고 있다. 참으로 고약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공시가격 동결로 부동산 부자에게 현금을 안겨주는 윤 정부
무주택 청년과 신생아를 둔 부부에게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장하는 윤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동결하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폐지해 집부자들에게 현금을 안겨주고 있다.
윤 정부는 11월 21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한 69.0%(공동주택 기준)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21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한국사회의 오랜 숙원을 수용해 만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의 과표 역할을 한다. 윤석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작년과 올해 연달아 2020년에 맞춰 동결한 덕에 부동산 부자들은 두 해 연속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귀결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형해화된다면 부동산 부자들은 앞으로도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윤 정부를 보고 있으면 부동산 부자들에게 이렇게까지 진심인 정부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윤 정부
윤석열 정부의 청년 청약통장, 신생아 특례대출, 부동산공시가격 동결 등의 대책들이 집중된 시점이 가계부채 폭증의 원흉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통제가 본격화된 때와 맞물렸다는 사실이 단지 우연일까?
때마침 주택시장은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집값 부양책에 힘입은 일시적 반등을 끝내고 2차 조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주택시장의 1차 조정을 일시적 반등으로 견인했듯, 청년 청약통장과 신생아 특례대출과 부동산 공시가격 동결의 3종 세트가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을 돌려세우길 간절히 바랄 듯 싶다.
하지만 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윤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 3종 세트는 수레를 막아선 사마귀의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