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아파트 출입금지’ 조치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택배 노동자와 택배 대리점들이 택배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는 지상공원화 아파트 단지들을 상대로 법원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 성남시 금광동 민간택배대리점연합은 1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성남 e편한세상금빛그랑메종 1, 4, 5단지 배송을 담당하는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은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방해금지 가처분'을 법원 신청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해당 단지 입주자대표위원회는 지난 6월 1일부터 아파트 단지의 지상공원화를 이유로 택배차량 지상출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는 2.3m에 불과해 통상 2.4~2.5m 높이인 일반 택배 차량이 출입이 불가능했다. 이에 저상탑차를 사용하거나 단지 입구에서 수레를 이용한 배송을 요구해 왔다. 저상탑차는 차고가 낮아 물건을 싣거나 내릴 때 택배 노동자들의 피로도나 부상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택배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은 입주민의 안전을 고려해 ▲택배차량 지상출입시 10km 이하 저속운행 ▲택배차량에 후방카메라 의무 장착 ▲지정된 시간(오전 11시~ 오후 4시) 배송 ▲위 사항 3회 위반 시 해당 택배기사 퇴출 등의 조정안을 제시하였으나 대표위원회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차량 출입이 막힌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임시 천막을 설치하고 이곳으로 배송을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에 대해 대표위원회는 주민들에게 구청과 경찰서에 임시 천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도록 독려하는 등 맞대응하면서 갈등이 점차 심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와 택배 대리점은 "저상탑차는 택배기사의 허리와 무릎에 큰 부담을 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인체에 유해한 차량"이라며 "심지어 차량 교체 및 수리 비용까지 대리점과 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구에서 수레로 배송하는 것은 노동시간을 2배 이상, 노동강도를 3~4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택배기사들의 과로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이 건설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택배차량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지하주차장을 설계하고 공사한 책임은 건설사 등에 있지 택배대리점과 택배기사들에게 있지 않다"면서 "원인제공자는 놔둔 채, 잘못된 설계와 공사의 책임을 저상탑차 강요와 비용 전가를 통해 택배대리점과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이자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주민대표위는 실현 가능한 공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