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10월 25일 진행된 ‘제19회 한겨레-부산국제심포지움: 글로벌 군비경쟁과 기후위기, 생명평화의 길을 묻다’의 토론문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이제 전기비,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계절이 왔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한국에서는 ‘난방비 사태’가 일어났다. 전쟁 직후 NATO 국가들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공급을 중단하고 석탄과 원유 등의 수출을 감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에너지 가격의 인상이 전세계 에너지 위기에 영향을 미쳤고 동시에 물가 인상과 경제위기의 요인이 되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은 기존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차곡차곡 체계화 해갔다. 이러한 제도는 에너지 전환을 경제 전략과 연결하여 전략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곧 산업의 경제적 이해가 되도록 하는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과 같은 국가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존보다 더 강화된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여 올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1) 이러한 변화들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전력화 된 열에너지를 다양한 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히트펌프, 수소 에너지의 산업적 이용,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비 전환에 대한 대대적 관심과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재생에너지는 값비싼 에너지가 아니게 되었다.
독일은 이미 태양광 그리드 패리티를 지나왔고, 미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세계 태양광 수요가 늘면서, 2023년 태양광 설치 전망치는 원자력 발전소 350여개 규모인 340~360GW로 상향조정 되었다.2) 풍력, 태양광의 수요 급증과 함께 베터리 산업 등이 에너지 위기와 전쟁 속에서 호황을 맞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호황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장기화하면서 전세계의 군사분야 예산이 증가했고 무기 산업이 활황이다. 한국은 이 호황의 대표적인 수혜국이다.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173억 달러의 방산 수출을 수주하여 역대 최고 무기 수출의 기록을 세웠다.3) 이러한 속도라면 한국은 방산 분야에서 전세계 9위 수준에서 2027년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넘겨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 목표를 곧 달성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호황을 불러오는 군사적 긴장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비롯해 남과 북 여기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방위산업의 호황은 한편으로는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반하여 지역경제를 견인해온 도시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이 곧 세계시장의 새로운 규범이 되면서 에너지 전환이 늦어진 전통적 제조업에 기반한 지역의 산업경쟁력이 떨어졌다. 점점 기존 산업의 좌초 가능성이 커졌고 지역경제는 침체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세의 방위산업은 지역 중소도시들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자동차 및 조선 관련 산업도시였던 창원은 외신에도 많이 보도될 정도로 한국의 비중 있는 방산산업 단지가 되었으며, 전자 산업도시였던 구미는 K-방산 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방위사업청이 올해 대전에 이전하면서, 대전 및 충남지역은 방사청을 중심으로 관련 후방산업들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다. 전라북도도 지난 3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방위산업을 육성계획을 제시하였다. 경기도 역시 방위산업 관련 산업단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산업으로서 무기’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지역경제의 활성화 전략, 침체한 제조업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해 되고 있다.
전기화된 무기의 탄소중립
2022년 SGR(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와 CEOBS(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는 전 세계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산출하여 발표했다. 전쟁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5%를 차지하는 중국, 미국, 인도 다음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되지만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군사활동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규범은 현재로서는 없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군사부문 배출량을 집계에서 제외했고 2015년 파리협정에서 이를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매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환경 및 평화운동가들 전문가들은 군사활동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기 위한 요구와 활동을 하고 있으나, 올해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에서 군사활동을 기후변화협약의 규범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후위기에 전쟁이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비판에 대응이 없지는 않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처음으로 NATO의 사무총장이 기후위기와 안보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기도 하였으며, NATO는 군사활동의 기후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한적이나 제시하기는 했다.4) 한국의 대표적인 무기기업인 한화에어로스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첨단산업화되어 가는 무기산업에서 무기 생산과 사용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은 불가능한 전망이 아니다. 전력화된 무기로서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효율성과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전투기에서 조종사를 빼내고, 화석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미사일을 적군에 투하할 수 있다. 2030년이 되기 전에 재생에너지가 세계 에너지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위산업에서 전세계 다섯손가락 안의 규모에 드는 독일의 경우 태양광 매년 50~75GW 규모, 풍력이 25~35GW 규모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한국보다 앞서 탄소중립 무기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무기의 전력화, 그린수소의 이용, 전기저장장치는 방산회사의 탄소중립 전략으로 이미 제시되고 있다. 자동차 및 전자기기와 철강기업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연금이 2023년 상반기 한화시스템, 풍산과 같은 대표적인 방산기업과 우크라이나 재건계획 수주 가능성이 있는 관련 건설기업에 투자를 늘렸다.5)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5월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며 ‘탈석탄 선언’을 하고, 기금 운용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내의 무기로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확산탄 회사와, 이를 복원하고 도시 인프라를 재건하는 기업에 동시에 투자를 하고 있다. 전쟁의 피해와 재건의 부담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남겨지고 투자수익은 국민연금과 무기를 만드는 기업, 한국의 국민들에게로 돌아오는 구조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파괴의 과정과 복원의 과정은 그대로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탄소배출의 경로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할 때는 기업의 생산활동 과정에서뿐 아니라, 자회사, 기업의 제품에 원료와 부품을 제공하는 공급망 안에서의 기업들 그리고 자원과 상품의 이동, 판매, 소비와 폐기의 과정을 포괄한다. 이를 Scope 3이라고 부르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다루는 기준을 제시하는 GHG Protocol은 이 Scope3을 상품 생산과정인 ‘업스트림’과 소비와 폐기 전반을 아우르는 ‘다운스트림’으로 구분하여 총 15가지의 온실가스 배출 범주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생애주기’ 전반의 기후 영향을 파악하도록 한다.
그러나 전쟁은 무기와 군사시설이라는 ‘상품’을 매개로 해도 그 양상이 다르다. 이에 CEOBS는 군사 충돌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Scope 3뿐만 아니라 ‘Scope3+’를 제시했다. 정전 70년이 지난 한국에서는 아직도 한국전쟁 당시에 매립된 지뢰 피해자가 생긴다. 베트남 전쟁의 고엽제 피해는 세대를 걸쳐 이어지고 있다. 전쟁은 군사시설과 무기만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파괴와 살상, 폭력을 더 해야 한다.
전쟁이 변형시키는 자연의 복원, 폐기물의 처리, 도시의 복원, 건강과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파괴와 폭력을 경험하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기후정의로서의 평화
그러므로 전쟁과 군사활동을 기후위기의 시대, 지금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군사활동을 기후변화당사국협약의 규범하에 둘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기본적 논의부터, 탄소중립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을 무엇으로 감시할지에 대한 주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것은 평화와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 전통적인 이슈인 안보와 외교는 물론, 기후위기가 안보와 세계시장에 미치는 상호영향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고민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는 세계의 시장을 바꾸고, 기업을 조정하며 안보를 바꾸고 또한 전쟁의 원인과 무기의 종류와 작동 방식을 바꿔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군축과 군사활동의 부정적 측면과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면, 또 한편으로는 기후정의적 관점에서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무기산업의 경제적 기회를 대체하거나 상쇄하기 위한 제도적 방법과 조치는 지역과 국가, 국제적 차원에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기후위기 취약지역이 군사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와 시민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이러한 논의가 평화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동시에 기후 정의의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필자주 1)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germany-likely-pass-50-mark-renewable-power-this-year-minister-2023-09-18/ 2)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2023), 2023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2023.07.25) 3)심순형 (2023),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산업연구원 2023. 7. 10) 4) https://www.nato.int/cps/en/natohq/news_217212.htm 5) https://www.sedaily.com/NewsView/29S0IUOS7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