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항명죄’ 재판, 채상병 사망과 수사외압 진실 왜곡할 우려

국방부 검찰단에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뉴시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가 도리어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의 첫 재판이 오는 7일 중앙군사법원에서 진행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10월 6일 박 대령을 항명죄 및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 대령 항명 사건과 연관된 사건은 두 개가 더 있다.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사망 사건, 아직 수사 착수조차 되지 않은 수사외압 사건이다. 이들 사건 중 박 대령 항명죄 사건의 사법 판단이 가장 빨리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박 대령의 항명 혐의가 유죄 판단을 받는다면, 나머지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왜곡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애초에 박 대령은 지난 7월 말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를 벌여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장성급 고위간부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경찰에 이첩하기 직전 윗선으로부터 임 사단장을 포함한 장성급 간부들을 혐의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초동조사 내용이 대통령실(국가안보실)에도 보고됐다는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이 처벌받으면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국방부 장관에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수사 진행 경과’ 문건까지 공개됐다. 박 대령과 함께 초동조사를 했던 수사단원들도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는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진술했다. 국방부 주장과 다르게 국방장관의 군사보좌관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던 해병대에 ‘지휘책임자는 수사의뢰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사실이 물증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 사이에 이들 사안의 본류 격인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권한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어갔고, 애초에 박 대령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임 사단장 등 장성급들이 혐의 대상에서 제외된 채 사건이 경찰로 이첩됐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본다면, 가장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박 대령의 항명 사건만이 재판 절차에 들어갔다는 건 매우 모순적이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항명 사건과 외압 사건이 파생했고, 이제 이들 세 사건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묶여버렸다. 개별 사건 결론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 결과 박 대령의 항명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단장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는 정당성을 잃게 되고, 경찰은 사단장 책임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여전히 의혹에 대한 수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윗선 외압도 없었던 것이 된다.

외압 사건 실체 규명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탄핵 추진도 무산됐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 전 장관의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됐다면, 피청구인인 이 전 장관뿐 아니라 외압 의혹의 최윗선으로 지목되는 용산 대통령실(국가안보실) 사람들, 박 대령의 수사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국방부 차관 및 법무관리관, 윗선의 구명 대상으로 지목된 임성근 전 사단장도 증인으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소환될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받으면 누가 사단장을 하려고 하겠느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외압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헌재 재판정에서 다뤄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채 상병 사망 사건이 외압 파문 속에서 경찰로 넘어가고, 이 전 장관 탄핵소추가 무산됐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외압 사건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만 항명죄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는 군사법원은 민간법원에 비해 독립성과 공정성이 비교적 취약하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재판부 태도가 중요하다. 박 대령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부담스러울 것이고, 그렇다고 심리를 원칙대로 다 하자면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모두 부르고, 대통령실 일정표 같은 것도 다 받아봐야 할텐데,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휘관 통제력 범위에 관해서는 “군 검찰과는 조금 다르다. 박 대령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봤듯이 군검찰은 장관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있다고 봐야 하고, 군사법원은 그래도 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했다.

결국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통과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특검 수사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장도 바뀌면 윤 대통령 쪽 사람이 온다는 건 굳어진 정설인데, 결국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특검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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