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대한민국은 29표를 받았다. 단지 유치에 실패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유치가 가능할 것처럼 사상 최악의 오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겨우 29표가 나온 결과를 보면, 객관적으로 볼 때 유치 가능성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투표 전에 그 정도의 판세분석은 했어야 한다.
‘무능한 왕’이 지배하는 봉건왕조 시대?
그런데 대통령은 끝까지 유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초라하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정부의 허황된 기대에 부화뇌동했던 언론들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류의 기사를 보도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문제가 덮이는 건 아니다. 하루 전까지도 정권의 관계자들은 ‘결선투표에 가면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유포했고, 언론은 그것을 받아썼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가능한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을 보면, ‘무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사치이다. 한마디로 ‘국가운영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고, 오판을 한 대통령에게 아무도 직언하지 못 한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판을 한 대통령이 나서면, 아무 말도 못하고 민간기업의 총수들까지 동원되고, 관련 없는 부처 장관들까지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국가운영을 보면, ‘무능한 왕’이 지배하는 봉건왕조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한 비용은?
이런 무능과 오판, 총체적인 국가운영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국민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되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명목으로 사용한 국가예산, 지방자치단체 예산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추정된다. 2023년 7월 7일자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2년 편성한 예산이 2,516억원이고, 2023년 예산이 3,228억원이었다고 한다. 합치면 5,700억원이 넘는다.
부산광역시가 사용한 예산도 상당할 것이다.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에서 부산광역시 홈페이지의 재정정보공개 페이지를 통해 살펴본 결과, 2020년 이후 330억원 정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좀 더 촘촘하게 확인해 보면, 직ㆍ간접적으로 사용된 예산액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들어간 예산만이 문제가 아니다. 부산엑스포 유치한다면서 다른 국가적 과제들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가? 수많은 공무원들이 다른 일은 제쳐두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일들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지 않았던가?
게다가 민간 기업들까지 출장비, 광고비 등에 많은 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대한상공회의소가 엑스포 유치 활동비 명목으로 특별회비 311억원을 걷기도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도 비용으로 친다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해 소모된 국가적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엑스포 유치 재도전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은 재도전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한 때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공무원들이 사용한 시간, 민간 기업들이 사용한 비용부터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왜 대통령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오판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 진상규명은 해운대 횟집 회식비부터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 다음날 졸속으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대충 문제를 덮고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으로 4월 6일에 있었던 부산 해운대 횟집 회식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 4월 6일 오후에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싣는다면서,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엑스포 유치와 직접적인 업무 연관이 없는 장관들까지 배석하게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시ㆍ도지사, 장관, 국회의원들을 모아서 회식까지 거하게 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그날 회식한 횟집은 대통령이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맛집 고르는 데 신경 쓰고 있는 나라에서 엑스포 유치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대통령실은 그날의 회식비용을 누가 결제했는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찌질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 엑스포 유치 같은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또한 횟집 회식비용을 누가 결제했는지도 공개하지 못하는 정권이 유치 실패로 인해 국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나 유치 실패 과정에 대해서 제대로 공개할 리가 없다.
그러니 시작은 해운대 횟집 회식비용을 누가 결제했는지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너무나 찌질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그 찌질함의 밑바닥을 끝까지 추적할 수밖에 없다. 12월 7일(목) 오후 2시 20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필자가 원고가 되어 진행하고 있는 해운대 횟집 회식비용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