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21세기에도 이어지는 식민 통치가 팔레스타인 학살의 원인

완전한 휴전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지배의 종식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 외곽 알자흐라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집에 돌아와 쓸만한 물건이 남아 있는지 찾고 있다. 2023.12.01. ⓒAP

다시 폭격이 시작됐다. “7주간의 광기와 7일간의 휴전에 이어 또다시 폭력의 악순환으로 되돌아 갔다”는 가자지구 소재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대변인의 말처럼 다시 참혹한 학살이 재개됐다. 이스라엘은 인질을 더 석방해야 하며 하마스의 전멸하겠다며 폭격을 재개했다. 팔레스타인의 정당인 하마스는 여성, 어린이 등 인질은 다 석방됐으며 군인 포로만 있을 뿐이라며 완전한 휴전을 하지 않으면 추가 석방이 없다고 했다. 정말 11월 24일부터 7일 동안 이어진 휴전은 잠시였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 끝난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등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로 공격을 확대하는데 살아남을 팔레스타인이 있을 수 있을까.

이는 사실상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집단학살이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벌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 5천 명이 넘는다. 이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또한, 휴전 전에 가자지구 북부에 집중했던 공격이 가자지구 남부로 향해졌으니 사실상 팔레스타인들이 몸을 피할 곳은 없어진 셈이다.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들은 2007년부터 16년간 이스라엘이 봉쇄해 오가지도 못하는 상태다.

얼마 전 BBC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가자지구 건물과 토지상태에서도 드러난다. 피해를 입은 건물은 거의 9만 8000채로 가자 지구 전반이 잿더미다. 이스라엘 지상전의 중심지인 가자 지구 북부가 피해 정도가 가장 큰데 여러 병원과 학교도 파괴됐다. 공습 전과 후의 위성사진과 비교한 것을 보면, 이스라엘과의 경계선을 향한 올리브 나무숲과 모래 언덕이 보이던 베이트 라히아는 폭격으로 평평해졌다. 많은 가자지구가 평평해졌다. 이스라엘군은 불도저로 무너진 건물 사이로 도로를 내고 주변 들판에 방어 진지를 세웠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사람도 삶터도 빼앗은 것이다.

75년간의 이스라엘 식민통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그룹이 10월 7일 공격했기에 방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방어라고 하기에는 공격의 규모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원칙적으로 팔레스타인을 75년간 군사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에 대해 판결한 바와 같이 피점령지 주민을 상대로 한 점령자의 방어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점령지 주민들, 다시 말해 피식민지 민중인 팔레스타인의 저항이야말로 자기방어권이다. 그러나 돌멩이를 던지 수많은 어린이마저 가두는 것이 이스라엘의 행태다.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식민지배의 역사는 이스라엘 국가가 만들어진 1948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식민 지배를 하던 영국 정부는 1917년 11월, 정치적 이유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만을 위한 민족국가 건립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벨푸어 선언을 발표했다. 그후 팔레스타인의 땅에 영국의 허가로 유대인국가를 만들겠다는 시오니스트(유대인 단독국가를 만들려는 유대교 사람들)의 계획에 따라 정착촌을 만들어 이주했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겸비한 시오니스트들은 세계 대전에 막강한 군사력을 제공해 서구열강의 지지를 얻는다. 그 결과 영국의 재가와 미국의 묵인을 거처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1948년 유대인 시오니스트 그룹이 이스라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재정과 민병대(민간군대와 정보기관)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영국 식민 통치 이전에도 오스만제국의 통치를 받았다. 영국과 오스만제국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통치한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돼 독립적인 자기 국가를 염원했던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희망을 영국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국가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영토 변화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이렇듯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는 종교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팔레스타인 땅에는 예전부터 유대인만이 아니라 무슬림, 기독교인이 살고 있었다. 유대인은 5% 미만의 인구만 있었을 뿐이다. 다수든 소수든 누가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공동체적 사회국가를 설립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서구 식민지 열강의 정치적 군사적 이해로 시오니스트들을 지지한 결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생긴 것이다. 만약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남조선 땅을 잠시 통치하던 미군정이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남한 땅에 이스라엘 국가 설립을 용인했다면 우리도 팔레스타인과 비슷한 처지가 됐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편에 선 것은 영국과 미국만이 아니다. 유엔은 1947년 두 개의 국가 분할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너무나 친시오니스트 입장이었다. 유대인이 소유한 땅은 6%에 불과했지만, 유엔은 유대인구에게 56%, 팔레스타인인들에게 43%의 땅을 주는 분할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은 분할안에서 할당받은 56%에 그치지 않고 1차 중동전쟁을 일으켜 78%의 땅을 차지했다. 1967년 이스라엘의 티란 해협 진출을 경계하는 이집트 공군기지에 이스라엘 입장의 예방적 선제공습을 가해 승리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와 시나이반도를 향해 공세를 개시해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넓혔다. 이른바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당연시됐다. 그리고 당시 팔레스타인 인구 130만 명 가운데 87만 명(UN 통계)이 난민이 됐다.

당시 베트남전쟁 중이던 미국은 중동지역 내의 세력균형과 석유 견제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분명히 했다. 물론 미국 내 유대계 자본의 로비력이 경제, 사회, 군사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한 세계 여론이 나빠지고 팔레스타인지지 시위가 잇따르고 있자 미국은 마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방조하지 않은 것처럼 모순적인 말을 반복하고 있다. 며칠 전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가자나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강제 이주, 가자 포위, 그리고 가자의 국경 재지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어 해리스는 ‘이스라엘이 자국을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학살로 수입을 올리는 군수자본


친미정책과 무기 판매로 이익을 얻고 있는 한국 정부도 미국이나 영국과 다르지 않다. 지난 10년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액은 2013년 313만 달러에서 2023년 824만 달러로 거의 3배로 늘었다. 이는 UN이 제정한 무기거래조약(ATT)에 대한 위반이다.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기업들은 이스라엘 군수 기업들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민중을 억압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HD현대의 굴착기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집을 파괴하는 데 쓰이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는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조사 결의안에 기권했고, 2018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 촉구 결의안에 기권했으며, 202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다시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조사 결의안에 기권한 바 있다. 심지어 지난 10월 27일 유엔총회의 ‘즉각적이고 항구적이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서도 한국 정부는 기권을 택했다.

이스라엘의 식민비배 종식으로 이어져야


전 세계적인 시민들의 팔레스타인 연대가 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맨하튼에 있는 다리를 점거하며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과 영구휴전을 요구하며 시위했고, 수천 명의 유대계 미국인 시민들은 “우리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Not in our name)”며 시위를 벌인다. 유럽 전역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대계 미국인들은 바레인, 칠레, 콜롬비아, 요르단, 터키 등 7개 나라에서는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고 볼리비아, 남아공, 벨리즈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관계자들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 이스라엘은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를!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17 ⓒ민중의소리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 지배를 경험한 한국 민중은 더 분노하게 된다. 휴전조차 거부하는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거기에 멈춘다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를 정당화할 뿐이다. 이스라엘의 식민 통치를 중단하라는 요구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점령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

7일이지만 임시휴전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은 힘의 논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국가 간의 연합체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에서조차 식민지배의 반인권성을 담지 못했다. 지금은 독립한 제3세계 국가들이 식민지에 있을 때 작성된 한계와 당시 식민지배를 하던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식민지 종주국의 반발로 식민지하에 있는 민중들의 인권을 담기지 못할 만큼 유엔 체제 내에서 ‘인권’은 약했다.

그러나 그런 국가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외침과 행동이다. 전 세계 시민들의 실천과 행동으로 인권의 기준은 넓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도 변하고 있다. 반대로 식민 지배를 동의하거나 외면하는 자국의 민중들이 있는 한, 군수자본과 외교적 이익에 혈안이 돼있는 정부들이 ‘식민지배 당하고 있는 민중의 인권’을 위해 팔레스타인 해방에 힘을 보탤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의 한걸음 한마디가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와 휴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모금행동에도 함께 하면 좋겠다.

끝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온 마리암 이브라힘 국제전략센터 회원이 한국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중단 3차 긴급행동에서 한 말을 되새기면 좋겠다.

“우리의 요구가 휴전에서 끝난다면 팔레스타인의 마음은 무너질 것입니다. 휴전은 이스라엘에게는 현상 유지일 뿐입니다. 그리고 현상 유지는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곧 억압, 폭력, 살해, 감금, 거주지 파괴, 토지 강탈, 그리고 인권의 완전한 박탈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무엇을 하던 언제나 테러범, 테러 지지자, 아니면 그저 기부와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들로 여겨져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직 해방과 정의, 그리고 우리를 추방하고 압제한 이들에 대한 책임 규명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가자 지구 긴급 지원 모금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가자지구 긴급 지원 모금

https://box.donus.org/box/adians/Gaza_Fund

모금기간 : 2023.11.17 ~ 12.26

이스라엘 점령군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살해, 실종, 부상당한 가구들에 생계지원용 현금 지급을 위한 모금을 시작합니다.

가구당 기본 $100 씩 지급하며, 현지 사정에 따라 지원금액은 변동 가능합니다.

* 현지 수행단체: 팔레스타인 여성위원회 연합(UPWC) 가자지구 지부

* 직접 송금 : 우리은행 1005-203-821-515 / 사단법인 아디
- 기부금영수증 발급 희망 시 반드시 아래 링크에서 ‘가자모금 참여하기’ 버튼을 통해 후원해 주세요.

* 자세한 안내 및 후원하기: https://box.donus.org/box/adians/Gaza_Fund

* 문의: 사단법인 아디 이동화 활동가 02-568-7723 / dh.lee@adians.net

※ 모금 실무를 맡은 ‘사단법인 아디’는 지난 몇 년간 팔레스타인 지원 모금 캠페인을 여러 차례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는 141개 한국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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